詠梅(영매) 매화를 읊다
鄭道傳(정도전, 1342~1398)
夜靜雪初霽(야정설초제)
고요한 밤에 눈은 막 개었고
淡月橫半天(담월횡반천)
맑은 달이 하늘 반 쯤 기울었다
腸斷江南客(장단강남객)
애간장 끊어진 남녘 나그네
哦詩獨不眠(아시독불면)
시를 읊조리며 홀로 잠 못 이룬다
제목이 매화노래인 이 시에는 매화가 없다. 정도전은 자신을 매화라 생각했나보다. 매화를 남녘나그네로 표현한 은유가 절묘하다. 정도전은 실제로 매화 같은 삶을 산 풍운아였다. 그는 고려말 유학을 바탕으로 한 신진세력의 일원으로 이성계와 손잡고 조선을 건국한 후 나라의 기틀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절대왕정이 아닌 유학자를 중심으로 한 귀족정치를 꿈꾸었다가 건국의 동지인 태종 이방원에게 참수 당했다. 정도전은 그의 나이 34세와 50세 때 두 번에 걸쳐 전남 나주로 귀양을 갔다. 개성과 한양에서 주로 살았던 그가 남녘나그네가 된 것은 귀양 갔을 때였으니 이 시는 그 시절 지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霽(제) ; 비나 눈이 그치다, 개다, 기분이 풀리다 *哦(아) ; 읊조리다. <한시연구가>
2013.03.17 01:28
詠梅(영매) 매화를 읊다 - 정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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