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적해병 신화를 낳은 백발이 성성한 75명의 3,4기 해병들이 도솔산 전적지 방문길에 올랐다. 노병들은 출정에 앞서 18일 제주공항 대합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에서 긴급 모병한 해병 3.4기는 3000여 명으로 이들은 6.25전쟁 당시 한국 해병의 선봉이었다.
\1951년 6월 4일 태백산맥에서 가장 험준한 강원도 양구 도솔산(1148m)에는 북한군 정예12사단이 중화기로 강력한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미 해병대 5연대가 공격에 실패하자 3.4기 해병이 주축이 된 해병 1연대가 대신 공격에 나섰다.
적은 산세가 험하고 협소한 접근로로 올라오는 아군을 향해 박격포를 비롯해 모든 화기를 집중, 마치 우박이 오는 것처럼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16일간의 격전 끝에 해병 3개 대대는 15개의 목표고지를 점령, 도솔산 정상을 탈환했다.
북한군 3000여 명을 사살하고 44명을 포로로 잡았으나 아군도 123명이 전사하고 582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당시 전투는 신화가 됐다. 미 해병 1시단장은 한국 해병대가 아니었다면 이 요충지를 수중에 넣지 했을 것이라며 극찬을 했다. 승전의 쾌거를 보고 받은 고(故) 이승만 대통령은 친필로 ‘무적해병(無敵海兵)’ 휘호를 내렸는데 이후 해병을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세월을 거슬러 18일 제주공항 대합실에는 백발이 성성한 75명의 노병들이 모였다.
59년 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돌격을 했던 이들은 강원 양구군에서 열리는 제13회 도솔산 전적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출정식을 가졌다.
이성지 해병 3.4기 회장(80)은 “적의 진지는 말 그대로 난공불락이었다”며 “야간에 공격을 감행해 항공기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독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변만근 3.4기 전 회장(79)은 “최전방에 있는 강원 양구군은 해병대가 되찾은 땅”이라며 “6.25전쟁 중 최초로 야간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도솔산을 찾아가 먼저 간 전우들의 명복을 빌겠다”고 말했다.
김형근 3.4기 부회장(78)은 “6.25가 발발하기 전 육군에 비해 열세를 보였던 해병대에 제주의 젊은이들이 3000명이나 지원해 수도 탈환, 도솔산 전투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3.4기들의 피와 뼈로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이날 여성 해병 5명도 도솔산으로 향했다. 김일선 여성해병대 회장(79)은 “6.25전쟁 당시 제주에서 126명의 여성들이 입대해 특별중대에 배속, 간호와 후방지원에 나섰다”며 “여자 해병 1호로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널리 알린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