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인터넷뉴스> 26일 보건복지부 의상자 심의위원회는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고 부상자를 구출하려다 오히려 자신이 심각한 부상을 당한 김봉기(36, 통영해병전우회원)씨를 의상자로 선정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새벽 식당을 운영하는 형님을 도와 새벽시장을 본 후 지인의 사무실로 향하던 중 북신동 국민은행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텅” 하는 소리를 듣고 주위를 살피다 차에 치여 쓰러져 신음하는 박 모(68)할머니를 발견했다.

 

해병대특수부대 출신으로 긴급인명 구조교육을 받았고 평소에도 통영해병전우회 회원으로 누구보다 교통봉사에 충실했던 그로서는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긴급히 쓰러진 박 할머니의 동태를 살피고 119에 연락 후, 수신호로 사고를 알리며 차량들을 일일이 우회시키던 중 이를 미처 발견 못한 마티즈 승용차가 그와 박 할머니를 다시 덮쳐 다리와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2차 사고를 당하는 불행을 맞았다.

 

2차 사고로 인해 박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김 씨는 5미터 이상을 튕겨 날아가 골절을 동반한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손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는 병원으로 후송되면서도 119대원에게 할머니의 생사를 여러 차례 물었고, 결국 숨졌다는 소식에 눈물을 쏟으며 “제 몸이 다친 보상으로 할머니 목숨만은 구했어야 하는데, 하늘은 공평하지가 못합니다. 하루 종일 할머니 얼굴만 떠오릅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날 사고를 낸 뺑소니차는 결국 붙잡혔으나 무보험 상태였고, 2차 사고를 낸 마티즈 승용차 역시 책임보험만 가입된 상태였다. 그 이후로 김씨는 생계는 물론 고액의 수술비와 병원비를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 사고가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병상에서 고생하고 있는 김봉기씨...의상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가해차량을 다소 피한게 이 정도 부상에 그쳤지만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통영해병전우회 회원들은 물로 창원지검 이재구 지청장을 비롯해 통영·거제·고성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박창홍 이사장과 언론사들도 김씨의 의로운 행위에 대해 소정의 긴급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2차례의 대수술을 다시 받았고 장애 등급 판정을 기다리며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김 씨는 통영해병전우회원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해온 대원으로 주변의 칭송이 자자했다. 해병대복장으로 교통정리를 하던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크고 작은 행사나 불우이웃을 돕는 곳에는 빠지지 않았고, 지난 한산대첩축제 때 교통봉사를 하던 중 자칫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학생을 몸을 날려 구한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의로운 일을 한 김씨를 국가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고 사회에 큰 귀감이 된 만큼, 의상자로 선정해 모범 시민으로 그 의로움을 알리자며 나섰고 지역 언론과 지인들도 함께 동참했다.

 

이에 통영시는 사건의 전말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26일 심의가 열렸고 김씨의 공적을 인정 의상자로 확정했다.

 

주변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며 격려했고, 특히 박 할머니의 유족들이 가장 기뻐하며 다시 한 번 김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병상에서 기자가 전해 준 선정 소식에 김씨는 "남을 돕다 보면 다칠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 같은 사고현장을 또 보게 되면 구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주민생활복지과장은 “김봉기씨가 보여준 숭고한 희생정신을 사회의 귀감으로 삼고, 의상자에 대해선 정당한 보상 등 국가적 예우를 함으로써 사회정의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의상자 증서와 함께 법률이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또 취업보호, 충혼묘지 안장 등 국가적 예우가 행해진다.

 

한편 김봉기씨는 통영시 2호 의상자로 등록된다.

1호 의상자는 지난 1997년 2월 구 시외버스주차장 인근 골목에서 불량배들이 여고생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여학생을 구하려다  이들이 휘두르는 흉기에 다쳐 실명위험에 처했던 당시 통영시청 지역경제계장 문사홍씨가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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