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병3.4기 전우회 17~19일 도솔산전적문화제 참가
“도솔산 24고지를 넘어 김일성고지와 모택동고지까지 탈환했어. 북진 발판이 마련된 거지.”
노병(老兵)들의 기억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60년 전 도솔산 전투현장에 머물렀다. 당시 열예닐곱 살의 앳된 제주소년들은 피와 땀을 바쳐 최고 요충지였던 도솔산을 탈환하는 승전보를 울렸다.
“생사의 경계선에 서서 용맹하게 적을 무찔렀지. 위기에 처한 국가를 위해….”
이미 육군이 막혔고 미 해병대조차 좌절했던 도솔산을 탈환한 전공(戰功)은 신화가 됐고 ‘해병은 무적’이란 등식을 성립시켰다.
한국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제주소년들은 이제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아 노인이자, 해병3.4기란 ‘사라지지 않는 노병’이 됐다.
17일 오전 7시20분께 무적해병 신화의 주인공들이 제주국제공항에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제주출신 해병3.4기전우회(회장 이성지) 회원들로 가족 등을 포함 50여 명이 이날부터 19일까지 해병대전우회 중앙회와 해병대사령부 주최로 강원도 양구군 도솔산과 양구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제14회 도솔산전적문화제로 향했다. 올해 도솔산전투는 60주년을 맞았다.
해병3.4기전우회 회원들은 이날 도솔산 전적지와 펀치볼전투 승전탑을 참배하고 해병대사령관 주최 참전용사 만찬과 시가행진 등에 참가했다. 특히 회원들은 2년 전 타계한 고(故) 임경순 양구군수의 묘소를 방문, 도솔산전투를 전적문화축제로 승화시킨 고인의 뜻을 기렸다.
18일에 회원들은 도솔산전투현장에서 마련되는 추모제에 동참하고 19일엔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신현준 초대 해병대사령관과 당시 김성은 참모장의 묘를 참배한 후 돌아올 예정이다.
김형근 해병3.4기전우회 부회장(79)은 “한국전쟁 당시 지휘관들의 회고록에도 제주해병은 단 한 명도 전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고 기록돼있다”며 “무적신화 중심에 제주해병이 있기 때문에 축제관계자들도 제주해병전우들 없인 행사가 안 된다며 열렬히 환영한다”고 전했다.
도솔산전투에 참전한 제주해병은 약 3000명. 열 명 중 1명꼴로 전사하고 3명은 부상했다. 이제 여든 안팎인 노병들은 매년 5~6명씩 세상을 뜨고 있어 문화제 참석인원도 줄고 있다.
연신 무적해병신화를 반추하던 노병들의 얼굴에 일견 섭섭함이 묻어났다. 한 노병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라를 구하려고 몸을 바쳤지.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없어. 다만 학도병, 즉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겨우 참전수당만 받을 뿐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은 수긍할 수 없어. 나라를 위한 희생에 걸맞은 명예와 처우가 보장될 때 국가가 바로 서는 것이야.”
제주일보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