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용맹 떨친 216기, 총기사고로 떨어진 사기높이려
"선배들이 돕겠습니다. 해병 후배들, 어깨 펴십시오!"<조선닷컴 김은영기자> 백발의 해병대 선배들이 총기 참사로 가라앉은 젊은 해병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다. 지난 1969년 7월 입대한 해병대 216기 동기회가 등록금 마련이 힘든 해병대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1억여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216기는 동기 338명 중 절반 정도가 1971년 베트남전에 파병돼 1년간 근무하면서 '귀신 잡는 해병대'의 이름을 떨쳤다. 혈육보다 두터운 전우애를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 ▲ 1971년 4월 베트남 남부 해안 지역 호이안에 주둔한 해병대 청룡여단 216기 동기들이 귀국을 한 달 남겨두고 기념 촬영을 했다. /해병대 216기 동기회 제공
216기 박문서(61)회장은 "이번 사고로 교훈을 얻되 해병대원으로서 자부심을 잃지는 말자는 뜻으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동기 중에 김정택(64) 서강대 교수가 특히 모금에 힘을 썼기 때문에 장학금은 서강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해병 선배들의 기부금은 '나라 사랑 후배 사랑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학기부터 학기마다 1000만원씩 5년간 지급된다. 서강대에는 현재 총 62명의 해병대 복학생이 있다. 박 회장은 "이게 시작이다. 매년 장학기금을 모아 다른 대학 해병대 후배들에게도 혜택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장학금 모금은 지난 5월 216기 연례 모임에서 박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투철한 국가관과 가슴 뜨거운 애국심으로 해병대를 선택한 젊은 청년들에게 선배들이 힘이 되자. 장학기금을 만들자"는 박 회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 자리에 참석한 90여명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 서강대 교학부총장이던 김 교수는 동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모금을 독려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동기회 계좌에 1억여원이 모였다. 모임 총무 구성본(62)씨는 "동기들이 대부분 노후 자금 가운데 일부를 쪼개서 기부를 했다"며 "예상보다 많은 동기가 동참해서 역시 우리는 해병대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 말했다.
노병들은 최근 해병대 총기 사고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모(66)씨는 "이번 장학금이 해병대 선배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병대 216기 동기회는 13일 오전 11시 30분 서강대 본관 2층 총장접견실에서 기증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