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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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동생의 해병대 캠프 100기는 지난달 23일 버스를 타고 포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도솔관 강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도열해 있는 교관들을 볼 수 있었고, 또다시 우리는 해병대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훈련이 시작되자 ‘더워’라는 말보다는 ‘뜨거워’라는 말을 더 많이 내뱉을 만큼 포항은 폭염주의보가 내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공수훈련을 할 때 실제 비행기는 아니었지만 11m의 높이는 충분히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높이였다. 올라가면서 계속 “해병! 공수!”를 외쳤지만 두려운 마음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소리를 더 크게 냈는지 모른다. 이제 정말 줄 하나에 내 몸을 맡기고 하강할 때가 됐고 “난 괜찮다!” “난 강하다!!”를 연신 외치며 준비자세를 취했다. “611번 김유경 보고 끝”을 외치며 상공에서 떨어졌고, 떨어지면서 본 풍경은 정말 예상 외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 몸과 줄이 분리됐을 때 내 기분은 정말 상쾌했고, 다시 한번 더 하고 싶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루는 모든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다들 잠이 든 시간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깜짝 놀라 5분 만에 전투복을 입고 철모와 탄띠를 두르고 각 소대마다 3열을 맞춰 집합했다. 모두가 하나 돼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섰다와 뒤로취침 등 여러 가지 동작을 반복했다. 처음엔 행동이 맞지 않아 서로가 더 힘들었지만 훈련이 끝나갈 때 즈음에는 어느 정도 잘 맞았고,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서로를 도와 이끌어 줬다. 이 훈련을 통해 배려라는 서로를 위한 선행을 깨닫게 됐다.
하루, 이틀, 삼일. 날이 가면 갈수록 나는 민간인이 아닌 군인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있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게 되고 강한 용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날 퇴소식에서 교관들로부터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과 수료증을 받았다. 그 빨간 명찰에 새겨진 내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뭉클 솟아났다. 군인이 정말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캠프를 통해 진지하게 미래의 내 직업으로도 생각해 보게 됐다.
해병대는 정말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블랙홀 같다. 해병대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보내신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번 캠프는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는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줬고 100기라는 의미 있는 타이틀도 줬다. 앞으로도 1000기, 10000기까지 해병대 캠프가 지속됐으면 좋겠다. <국방일보 독자마당 201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