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4박5일에 40~50만원…업계 "일부 부실한 곳 있으나 비싼 것 아냐" 주장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직장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극기훈련 프로그램인 일명 '해병대 캠프'가 고액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부실해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업체들이 해병대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때우기 식으로 돈만 벌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해병대 캠프'라는 취지의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 대부분이 4박5일에 40~50만원의 비용을 받고 있었다.
최근 치열한 경쟁과 개인주의로 공동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과 직장인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극기훈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노린 것이다.
대부분 '해병대 캠프' 업체는 공동체의식을 높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상당히 고액인데다가 '해병대 캠프'라는 타이틀을 핑계로 제대로 된 시설도 갖추지 않은 곳이 있어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A업체가 운영하는 해병대캠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4막5일에 45만원, 9박10일 프로그램은 120만원을 받고 있다. B업체의 경우 4박5일에 40만5000원으로 대부분 업체가 비슷한 수준이다.
또 북파공작원 훈련교장으로 사용됐던 '실미도' 이미지를 홍보하는 C업체의 경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박4일 37만원, 4박5일 47만원을 받는다.
각 해병대 캠프의 프로그램은 거의 유사하다. 대부분 업체들은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해병대를 연상케 하는 유격훈련이나 장애물 넘기, 제식훈련 등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있다.
A업체는 취침은 텐트에서 숙영하며 식사도 군대 식 반합을 이용해 직접 지어야 한다. 설거지까지 직접 해결한다. 이 업체는 따로 숙박시설이나 취사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해병대 체험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해병캠프 프로그램은 제식 훈련, PT체조와 간단한 장애물 넘기, 고무보트 수상 훈련, 산악행군 등으로 구성됐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직장인 여성 김모(27)씨는 "회사에서 단체로 해병대캠프에 참여했었는데 부실한 프로그램으로 실망했다"며 "제대로 된 프로그램은 없고 그냥 고함지르면서 군대 흉내 내기에 그쳤다"고 말했다.
직장인 남성 안모씨(35)도 "캠프에 참가해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숙박시설이나 취사도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열악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해병대라고 하면 다 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씨는 "프로그램 참가자 중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거의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병대 캠프 관계자는 "고생한번 해봐라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며 "요즘은 정부와 사회에서 안전문제나 시설에 많이 요구를 하기 때문에 무성의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않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서울에서 강의장을 빌려서 리더십 강의를 들어도 40~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나간다. 절대로 비싼 게 아니다"며 "'헬리콥터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사회에서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pyo0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