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고> 김일수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예비역 해병소장
관련기사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군 개혁의 핵심은 육해공 3군의 불균형 해소이다. 이 명제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해병대 문제이다. 해병대는 6ㆍ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 빛나는 전공을 거두면서 나라 안팎에 용맹을 떨쳤다. 그러나 군 이기주의와 정치적 덫에 걸려 1973년 군기(軍旗)를 내렸다. 당시 병력이 해병대보다 적었던 해군의 한 병과(兵科)로 통폐합되는 유례없는 조치였다. 이에 따라 해병대에서 복무하고 전역하는 병사들은 인사명령서와 전역증서에 '해병대 병장'이 아닌 '해군 병장'으로 표기되고 있다. 정체성을 상실한 장병들의 전투 사기도 문제이지만, 창설 이후 형제와 같았던 해군과 해병은 이런저런 갈등을 겪는 사이로 바뀌었다. 국방조직의 효율화를 꾀한다는 통폐합 명분과 어긋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이에 따라 역대 군 수뇌부는 해병대의 위상 회복과 해군과의 관계 정상화를 군 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각군의 이기주의로 인해 해군 내부문제로 치부해 왔다. 역대 정권도 이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루기보다는 해병대의 위상과 타군과의 갈등 차원으로 접근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해병대는 그 기능과 역할의 특성상 전력 보유 자체만으로도 전략적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해병 전력 유지와 관리에 유별난 관심과 힘을 기울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해병대를 불합리한 법령으로 묶어둔 채 비효율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연평도 피격 사건은 해병대의 열악한 현실과 전력 개선 필요성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본래 국가 전략기동군 기능을 수행하는 해병대를 40여 년 간 병종(兵種)간 이해관계로 인해 무기력하게 운영해 온 것은 국가 안보전략 차원에서 큰 잘못이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 해병대가 첨단 전력을 갖추고 지구촌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평화 유지에 앞장서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 의회는 1947년과 1952년 국가안전보장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해병대를 국가안보의 핵심 역량으로 확고하게 자리 매김 했다. 해병대가 정치적 논란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법제화 한 것이다. '3군 불균형발전 해소'와 병행하여 해병대 문제를 이번에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군 개혁은 이번에도 미완의 개혁이 되고 말 것이다. 관련법 개정으로 해병대의 정체성이 회복된다면 '귀신 잡는 해병'의 막강한 위용이 되살아나 국군의 전투력은 배가될 것이다. 군 안팎의 뜻과 의지를 모아 선진형 개혁을 해야만, 우리 군은 진실로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군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출처 : 한국일보>
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 사건 직후 군 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조직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협력과 양보"를 주문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고질적인 기득권 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채 군통수권자의 개혁 의지를 충실히 따르지 못하고 있다. 군 개혁은 통수권자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국회의 입법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비춰 국회 국방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이 해병대 전력 강화에 관심을 갖고 해병대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군조직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국가 안보와 군 선진화를 위해 실로 뜻 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