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jpg 

강운석 대위 · 해병대 1사단

 

“피부로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다.” 과학화 전투훈련에 참가한 중대장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중대원의 노력과 땀으로 역대 최대의 전과를 올렸으며, 해병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훈련을 준비하며 맨발생활로 발바닥의 굳은살을 키우고, 완전무장 구보ㆍ산악 급속무장행군으로 체력을 단련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수많은 록드릴(Rock Drill)과 전술토의, 전투모형훈련을 반복하며 분·소대장들의 전투지휘능력을 향상시키고, 중대원을 싸우면 이기는 해병전사로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했다.

그러나 실제 전장은 나의 마음과 같지 않았다. 대항군은 전투 프로였고 최고의 싸움꾼이었다. 이와 맞선 중대장으로서 이번 훈련에서 얻은 교훈은 적지 않았다.

 먼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자. 우리는 부대이동에서부터 공격 간 하루 100mm가 넘는 장맛비로 한여름 추위에 떨고, 전투식량이 젖어 배고픔에 시달렸다. 젖은 완전무장과 군복으로 범람한 하천을 극복하며 극한의 체력 한계와 전투피로를 느꼈다. 특히 우리의 허를 찌르는 대항군의 공격과 중대원 전사로 인한 혼란은 최악의 전장 상황으로 몰았다. 승리에 대한 갈망과 불가능을 모르는 해병정신, 함께 흘린 땀과 훈련이 있었기에 이를 극복하고,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둘째, 전천후 임무수행 능력을 갖추자. 악천후와 대항군을 맞아 예기치 못한 전투손실과 지휘(관)자들이 전사했다. 재빠른 지휘권 이양과 평상시 2단계 상급자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우리 또한 지리멸렬했을 것이다. 전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며, 소(분)대원 개개인의 능력이 조화를 이룬 생사의 현실이다. 생사의 현실에서 전우의 죽음과 명예를 지키는 것은 승리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 전투 프로가 되고 또한 전투원이 어떠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 주효했다.

 셋째, 원활한 의사소통을 달성하자. “대항군 중 사격도 잘하고, 전투 간 기민하게 기동하며 지시하는 병사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병사는 이병이었습니다” 라고 말한 한 분대장처럼, 대항군은 서로 격의 없이 지시하며, 엄호와 고착 그리고 기동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전투에서 서로 눈빛만 봐도 다음 행동을 예측해 움직이고,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군인. 바로 의사소통의 결과라 생각한다. 평상시 훈련과 병영생활을 하며 가슴으로 싸인 전우 간의 소통과 믿음, 하나 된 마음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참호 목표 상에서 중대원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이러한 부하를 지휘한 중대장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더욱 강인한 훈련으로 전투 프로를 만드는 것이 소중한 부하를 실제 전장에서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는 것을 실감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중대원에게 감사하고, 많은 교훈과 군인정신을 일깨워 준 과학화전투훈련단의 건승을 기원한다.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AG •
  • 머린코341 2010.06.13 17:55

    지난해 32대대인가? 윤창희 중령님의 부대가 KCTC에서 엄청난(?) 전과를 올려서 제가 1사단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조준경 만드시는 분이 저격용 스코프도 10세트이상 무상으로 빌려주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서 훈련에 참가했는데 최고의 성적이 나왔었다고 하더군요.

    돼지 잡아서 사단장님과 대대장님께 드리고 청림동 횟집에 가서 사단장님이 타 주시는 폭탄주에 물회 한 그릇 하고 왔습니다.

    모군이 타군에 비해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성과를 낸대 대한 자부심이 생기더군요.

    과학화 훈련장이 대대급에서 연대급으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병들이 짧은 복무기간에 한번씩 경험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의 욕심이라면 육상전투훈련장과는 별도로

    해병대의 상륙작전과 연계된 과학화 훈련장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우리 카페에 현역 소령이 미해병대 특수잔관련 자료를 문의해 온 적이 있습니다.

    추측컨데 아마도 우리 해병대르 뭔가 환골탈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깡다구만으로 전쟁을 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거죠.

     

    이번 천안함 사건의 결과로 가가군의 비정규전 비대칭 전력의 확충이 시급한 실정아닌가요?

    해병대에도 부사관 중심의 전문 특수전 부대의 창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사료됩니다.

  • 운영자 2010.06.14 19:11

    지금은 해외전지훈련도 나가고 동, 서해안에서의 상륙훈련, 연안상륙훈련등 상륙작전훈련범위가 많이 넓어진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RLT와 BLT규모로 1년에 4회정도 참가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주로 독석리위주였고 칠포해안과 양남, 그리고 가장 멀리 나간훈련이 목포앞바다의 비금도 BLT 였습니다.

    당시만해도 상륙훈련이라고해야 각부대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우 형식화된 훈련이었습니다.

    저도 이후에 상륙훈련이 있을시 필히 참관을 하고 훈련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말씀을 드리겠지만 머린코님 말씀대로 전문화된 상륙훈련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바라고 있습니다.


  1. 백령도의 해병용사들 - 조선희

    최근 들어 북한의 도발로 인해백령도·연평도등, 서해5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1997년백령도를지키고있는 무적해병 흑룡부대를 방문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날씨 관계로 인천부두...
    Date2010.07.17 Views3141
    Read More
  2. 최북단섬 백령도 (조선일보)

    [조선일보 DMZ 속으로] [9] 北이 더 가까운 최북단 섬 백령도를 가다. 지하엔 미로 같은 갱도… 해변엔 용치(적 군함 접안 막는 쇠막대)… 섬 전체가 요새(要塞) 선창(船窓) 바깥 사납게 요동치는 너울 위로 대오(隊伍)...
    Date2010.06.26 Views3081
    Read More
  3. 4월 15일은 국민축제일이 되어야 한다.

    예비역 해병대령 양해범 1592년 3월 27일 남해안 시전리앞 바닷가에 수많은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며 바다를향해 함성을 울리며 손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푸른 바다엔 둥구런 괴물 하나가 하얀 연기를 뿜어대며 힘...
    Date2010.06.26 Views3082
    Read More
  4. 36년전 내가 해병대에 입대한 날 (상)

    남문기 / 미국뉴스타 대표이사 내가 쓴 ‘잘하겠습니다’를 우연히 읽다가 생각이 나서 옮겨본다. “엄마, 3,000원만 주세요.” 1974년 1월 7일, 나는 동네 슈퍼마켓에라도 다녀오는 사람처럼 어머니가 건네준 3,000원을 ...
    Date2010.06.20 Views3711
    Read More
  5. 21세기 전쟁수행 개념에 따른 한국해병대의 발전 방향

    21세기 전쟁수행 개념에 따른 한국 해병대의 발전 방향 - 정규성(자유기고가) 최근까지 한국군은 걸프전의 교훈을 한반도 특성에 맞게 적용하여 많은 전략, 작전술 개념을 혁신시켜 왔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입체...
    Date2010.06.20 Views6475
    Read More
  6. 해병대가 영구히 존속하려면 제4군이 되려는 꿈은 버려야 한다

    김윤근(金潤根):만주 육군군관학교 제6기생(45년) 광복 후: 해사졸, 미국 해병대학졸, 연세대 경상대학원졸, 해병사 군수국장, 해병1상륙사 참모장, 수도방위 사령관, 5·16쿠데타 주역으로 국가재건 최고회의 교통체...
    Date2010.06.19 Views2585
    Read More
  7.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아름답다

    해병대교육훈련단 인행처 원사 임종수 1978년 해병대입대(부사관 135기) 2004년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2006년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취득 2008년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양성평등사회로 ...
    Date2010.06.19 Views3336
    Read More
  8. No Image

    해병의기도

    해병대 제9118부대 중령 이희복 (출처 : 월간<국방119> 1999년 12월호, p81.) 빗소리마저도 외롭고 적막하고 싸늘한 가슴을 더욱 절박하게 하는 칠흙 같은 적지의 밤 소리없는 해병의 투혼 이따금 항고와 무장 부딪히...
    Date2010.06.14 Views3006
    Read More
  9. 한미해병대의 공유가치

    미해병대 창설 134주년을 맞으면서 - 전쟁사를 통해 본 한미 해병대의 공유가치 재음미 - 1. 미국해병대의 위상 미국해병대는 미국해군의 일부이지만 실제로는 미군이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준 4군 체제로 운용되...
    Date2010.06.13 Views2818
    Read More
  10. 한국해병대의 실상과 허상 - 이선호

    * 해병대 대령 예편 * 동국대학교 대학원졸업 (행정학박사) *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안보과정 수료 * 국방대학원 교수 * 동국대, 경기대 행정대학원 강사 * 한국군사평론가협회/군사학회 부회장 * 한국시사문제연구...
    Date2010.06.13 Views1444
    Read More
  11. 물집 터져도 걷는다…나는 해병이다

    수색대대 천리행군 윤설영기자 동행기 - 입춘(立春)에도 아침 바람은 차다. 강원도 산골짜기에는 해가 늦게 올라온다. 영하 8도. 안개와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귀와 턱이 시려서 인터뷰는커녕...
    Date2010.06.13 Views3337
    Read More
  12. 한국적 상륙기동작전 - 엄영환

    미군은 상륙함정과 해병원정군으로 편성된 원정강습단(ESG)이 미 본토를 떠나 해외에서 수행하는 작전을 원정작전이라 한다. 약 2~3년 전부터는 한반도에서 실시하는 연합 상륙작전 형태를 상륙기동작전으로 부르고 ...
    Date2010.06.12 Views1767
    Read More
  13. 김성은부대와 귀신잡는 해병 - 공정식

    해병대는 불과 380여 명의 보잘것없는 규모로 49년 4월 15일 창설됐다. 그리고 1년 뒤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했다. 이때 6·25전쟁의 전설적인 영웅 김성은 대령은 마치 준비하고 기다렸다는 듯 마산 진...
    Date2010.06.12 Views3363
    Read More
  14. 불침 항공모함 백령도와 해병 - 김창주

    우리 해군에는 불패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이지스급의 세종대왕함이 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제일 먼저 탐지했을 만큼 최신예함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는 불패의 신화를 창조하...
    Date2010.06.12 Views1612
    Read More
  15.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강운석 대위 · 해병대 1사단 “피부로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다.” 과학화 전투훈련에 참가한 중대장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중대원의 노력과 땀으로 역대 ...
    Date2010.06.12 Views47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Next
/ 3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