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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석 대위 · 해병대 1사단

 

“피부로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다.” 과학화 전투훈련에 참가한 중대장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 중대원의 노력과 땀으로 역대 최대의 전과를 올렸으며, 해병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훈련을 준비하며 맨발생활로 발바닥의 굳은살을 키우고, 완전무장 구보ㆍ산악 급속무장행군으로 체력을 단련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수많은 록드릴(Rock Drill)과 전술토의, 전투모형훈련을 반복하며 분·소대장들의 전투지휘능력을 향상시키고, 중대원을 싸우면 이기는 해병전사로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했다.

그러나 실제 전장은 나의 마음과 같지 않았다. 대항군은 전투 프로였고 최고의 싸움꾼이었다. 이와 맞선 중대장으로서 이번 훈련에서 얻은 교훈은 적지 않았다.

 먼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자. 우리는 부대이동에서부터 공격 간 하루 100mm가 넘는 장맛비로 한여름 추위에 떨고, 전투식량이 젖어 배고픔에 시달렸다. 젖은 완전무장과 군복으로 범람한 하천을 극복하며 극한의 체력 한계와 전투피로를 느꼈다. 특히 우리의 허를 찌르는 대항군의 공격과 중대원 전사로 인한 혼란은 최악의 전장 상황으로 몰았다. 승리에 대한 갈망과 불가능을 모르는 해병정신, 함께 흘린 땀과 훈련이 있었기에 이를 극복하고,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둘째, 전천후 임무수행 능력을 갖추자. 악천후와 대항군을 맞아 예기치 못한 전투손실과 지휘(관)자들이 전사했다. 재빠른 지휘권 이양과 평상시 2단계 상급자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우리 또한 지리멸렬했을 것이다. 전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며, 소(분)대원 개개인의 능력이 조화를 이룬 생사의 현실이다. 생사의 현실에서 전우의 죽음과 명예를 지키는 것은 승리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 전투 프로가 되고 또한 전투원이 어떠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 주효했다.

 셋째, 원활한 의사소통을 달성하자. “대항군 중 사격도 잘하고, 전투 간 기민하게 기동하며 지시하는 병사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병사는 이병이었습니다” 라고 말한 한 분대장처럼, 대항군은 서로 격의 없이 지시하며, 엄호와 고착 그리고 기동이 한 몸처럼 움직였다.

전투에서 서로 눈빛만 봐도 다음 행동을 예측해 움직이고,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군인. 바로 의사소통의 결과라 생각한다. 평상시 훈련과 병영생활을 하며 가슴으로 싸인 전우 간의 소통과 믿음, 하나 된 마음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참호 목표 상에서 중대원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이러한 부하를 지휘한 중대장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더욱 강인한 훈련으로 전투 프로를 만드는 것이 소중한 부하를 실제 전장에서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는 것을 실감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중대원에게 감사하고, 많은 교훈과 군인정신을 일깨워 준 과학화전투훈련단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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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린코341 2010.06.13 17:55

    지난해 32대대인가? 윤창희 중령님의 부대가 KCTC에서 엄청난(?) 전과를 올려서 제가 1사단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조준경 만드시는 분이 저격용 스코프도 10세트이상 무상으로 빌려주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서 훈련에 참가했는데 최고의 성적이 나왔었다고 하더군요.

    돼지 잡아서 사단장님과 대대장님께 드리고 청림동 횟집에 가서 사단장님이 타 주시는 폭탄주에 물회 한 그릇 하고 왔습니다.

    모군이 타군에 비해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성과를 낸대 대한 자부심이 생기더군요.

    과학화 훈련장이 대대급에서 연대급으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병들이 짧은 복무기간에 한번씩 경험할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의 욕심이라면 육상전투훈련장과는 별도로

    해병대의 상륙작전과 연계된 과학화 훈련장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우리 카페에 현역 소령이 미해병대 특수잔관련 자료를 문의해 온 적이 있습니다.

    추측컨데 아마도 우리 해병대르 뭔가 환골탈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깡다구만으로 전쟁을 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거죠.

     

    이번 천안함 사건의 결과로 가가군의 비정규전 비대칭 전력의 확충이 시급한 실정아닌가요?

    해병대에도 부사관 중심의 전문 특수전 부대의 창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사료됩니다.

  • 운영자 2010.06.14 19:11

    지금은 해외전지훈련도 나가고 동, 서해안에서의 상륙훈련, 연안상륙훈련등 상륙작전훈련범위가 많이 넓어진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RLT와 BLT규모로 1년에 4회정도 참가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주로 독석리위주였고 칠포해안과 양남, 그리고 가장 멀리 나간훈련이 목포앞바다의 비금도 BLT 였습니다.

    당시만해도 상륙훈련이라고해야 각부대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우 형식화된 훈련이었습니다.

    저도 이후에 상륙훈련이 있을시 필히 참관을 하고 훈련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말씀을 드리겠지만 머린코님 말씀대로 전문화된 상륙훈련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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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10.06.12 Views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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