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는 흔히 ‘소수정예(A Few Good Men)’라는 말로 표현된다. 타군에 비해 인원은 적더라도, 아니 적은 만큼 오히려 더욱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발군의 전투력을 과시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일찍이 6·25와 베트남 전쟁을 통해 입증됐고, 최근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맞서 해병대원들이 보여준 용기 있고 침착한 대응으로 재차 확인됐다. 몇 번씩 ‘재수’를 해서라도 해병대에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해병대가 이처럼 소수정예군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군대생활, 곧 날 선 군기와 혹독할 정도의 강한 훈련이 깔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군기를 잡는다거나 훈련을 세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구타나 가혹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해 24일 공개한 데 따르면 해병대의 한 연대 선임병들이 ‘군기 유지’ 등의 이유로 후임병들을 폭행하거나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상습적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후임병은 갈비뼈와 가슴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구타 등에 관대한 이른바 ‘해병대 병영문화’다. 인권위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들은 자신들도 후임병 시절 선임병들의 유사한 행위로 고통 받았으나 그걸 견뎌내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었다. 또 내부적으로 똘똘 뭉치려는 ‘폐쇄적 조직 문화’로 인해 후임병이 피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기라도 하면 재차 폭행하거나 따돌렸다. 지휘·감독자들은 부대의 명예 훼손 등을 우려해 은폐와 축소에 급급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부대원 간 상호 존중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해병대 전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병대도 이미 타군에서는 많이 사라진 구시대적인 병영 내 구타 관행을 벗어나 새 시대에 맞는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해병대가 누구보다 강인한 ‘해병대 혼’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 혼을 벼리는데 구타나 불합리한 가혹행위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