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지휘자 점검 및 경연대회 참가기 - 전투형군대를 넘어 이겨놓고 싸우는 군대를 향해
대령(진)조순근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추웠던 올해 겨울, 그 중에서도 가장 추웠다
는 지난 1월 15일 사단 연병장에서는 해병대 제1사단의 연대장, 대대장들이 영관장교 전투지휘자 경연대회에서 합격점을 받기 위해 매서운 추위도 잊은 채 구슬땀을 흘렸다.
당시 연대장으로 부임한 지 채 10일도 지나지 않았던 나는 영관장교 대상 전투지휘자 평가라는 과제를 접하고 ‘업무파악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이런 것까지 참가하라니...’ 라는 생각에 당혹스런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영관장교 전투지휘자 경연대회는 『전투임무위주의 교육훈련 완성』을 연대원들에게 강조했던 나에게 부하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기회였다.
최근 북한군의 도발은 우리 군이 실전에서 전투력 발휘 능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행정적이고 관료화된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자성하고, 극복하기 위해 우리 군은 전투현장에서 즉각 활용 가능한 핵심전투기술을 염출하고, 반복 숙달함으로써 최고의 전투력을 창출하는 전투형 군인을 양성하자는 공감대를 가지고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지휘관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먼저 경험하고 앞장서지 않으면 전투형 군대는 절대로 육성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항재전장의식 하에 전술적 사고와 행동을 체질화하여 지휘관이 제대로 「알고 부대를 지휘」할 때 전투형 군대를 넘어 이겨놓고 싸울 수 있는 부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부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온 해병대 1사단은 기존에 실시해왔던 장병을 대상으로 한 충무전사 육성 프로그램에 전투지휘자가 갖춰야 할 필수과제를 추가한 전투지휘자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분대장부터 연대장에 이르기까지 사단의 전 간부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전투지휘자로서의 능력을 스스로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병대 1사단의 간부들은 스스로 부대지휘에 필요한 리더십과 전투기술을 습득하여 교관으로서의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병 기본훈련을 어떻게 가르치고, 소부대 전술훈련 시 지휘관(자)이 부대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휘관과 부하가 같은 마음으로 노력하면 승리는 저절로 이뤄진다(上下同欲自勝)는 말이 있다. 거듭되는 실전적 교육훈련을 통해 우리 장병들은 생각 이상으로 늠름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간부들의 의식과 솔선수범의 행동일 것이다. 간부들이 스스로 몸을 일으켜 행동하며 오직 적과 부하만을 바라보고 노력한 다면 우리 군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투형 부대가 되어 감히 적이 넘볼 수 없는 두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 또한 빨간 명찰의 해병이자 연대장으로서 항상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솔선하는 지휘관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해병대지 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