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독립법안'이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개정안은 연평도 포격 이후 해병대의 전력증강과 업무효율 차원에서 해병대의 임무를 해상상륙작전으로 명시하고, 해병대사령관에게 독립적인 인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해병대 독립법안'은 그동안 현역은 물론 전국 80여만 전역 해병전우들의 줄기찬 요구사항이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해병대는 1949년 창설된 이래 6·25전쟁과 베트남전에서의 빛나는 전공으로 `귀신 잡는 해병'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세계적으로 그 용맹스러운 이름을 떨쳐왔다. 그런데 갑자기 1973년 해군에 통폐합되면서 해병대의 위상과 전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고, 이에 전국의 해병전우회를 중심으로 그 동안 `해병대 원상회복운동'이 꾸준히 전개돼 왔다.
이번에 마련된 독립법안이 해병대 임무와 권한을 명문화해 해병대사령부가 각 군 사령부와 동등한 법적 지위에서 독립적인 군정권과 군령권을 행사하며 상륙작전의 독자성, 특수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1973년 이전 국군조직법에 명시됐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게 될지는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과정을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이견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분단과 정전체제하에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의 작전과 주요 시설의 방위를 도맡고 있는 미 해병대의 경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해병대는 독립군 체제다. 물론 예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미해병대는 독자적인 작전수행과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해병대의 운영환경이 얼핏 해군에 귀속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해병대의 작전환경을 고려한다면 독립된 군으로 존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미국의 예를 보거나, 현실적으로 삼면이 바다인 조건에서 상륙작전이 주임무인 그리고 최근의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지역에서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우리의 주변 강대국들이 군비경쟁에 돌입한 현실을 직시해 보더라도 해병대 독립성의 중요성과 시급성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해병대의 독특한 기질인 강한 프라이드와 사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남달리 혹독한 훈련, 육지와 바다를 동시에 넘나들며 신속대응기동부대로서의 특수임무 수행, 작게는 팔각모와 빨간 명찰, 얼룩무늬와 세무워카 등등의 야전군복에 이르기까지 타군과 다른 그들만의 차별화에서 강한 프라이드, 일당백의 사기와 용맹, 전투적 기백과 단합의 힘을 키우고 전통으로 이어오는 그들이다. 그리고 이 사나이들이 뿜어내는 야성의 강렬한 개성과 야릇한 매력에 젊은이들은 오늘도 해병대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해병대 독립법안'은 해병대의 이 길을 다시 찾아주고 북돋워 주는 것 외에 아무런 특혜나 어드밴티지가 아니다. 그러기에 해군이나 관계기관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고 해소하는데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오랜만에 대한민국 국회가 국가안보의 튼실한 기반을 세우는 일 하나를 솜씨 있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강원일보 오피니언 / 강도원 하나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