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한국국방안보 포럼 기조실장>
지난 5월 초 미국의 빈 라덴 사살작전 때 몇 장의 헬기 잔해 사진이 전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군은 이번 작전에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특수 헬기를 투입했다가 기체 고장으로 불시착, 헬기를 폭파시켰는데 사진에 찍힌 꼬리날개 잔해가 여느 헬기와는 다른 형태였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촬영된 잔해 등을 토대로 특수 헬기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고 소리도 작은 일종의 ‘스텔스 헬기’라고 추정했다. 이 헬기는 미군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MH-60 ‘페이브 호크’의 꼬리 날개 부분과 로우터(프로펠러) 등을 개조한 것이다.
흔히 미국은 거의 모든 무기의 개발예산을 책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공개하기 때문에 미군에 극비 무기는 존재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극비 무기가 존재하기 힘든 환경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짜 극비무기의 경우 미국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보안유지가 잘 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사상 최초의 실전배치 스텔스 전투기인 F-117 ‘나이트 호크’는 1981년 첫 비행을 했으나 7년이 지난 뒤인 1988년에야 처음으로 공개됐다. 1970년대 시작된 개발단계는 물론 1980년대 초반 배치된 뒤에도 여러 해 동안 베일에 가려진 비밀무기로 활약했던 것이다. 이 기간 중 미 비밀무기들의 대표적인 실험기지인 ‘에어리어(Area) 51’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가오리처럼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언론에 사진이 실리기도 했지만 미군 당국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1980년대 스텔스기 기술연구에 비밀리에 활용된 실험기 ‘태싯 블루(Tacit Blue)’도 한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존재였다. ‘태싯 블루’는 F-117 스텔스 전투기보다 세련된 외형을 갖고 있어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의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전문가들과 해외 언론에서 가장 화제와 논란이 돼 온 것이 마하 5~6의 초고속 정찰기 ‘오로라(Aurora)’일 것이다. 아직까지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오로라는 최고속도 마하 3.3으로 사상 가장 빠른 군용기였던 미 전략 정찰기 SR-71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유인 정찰기로 거론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 전부터 사정거리 500~1500km의 크루즈(순항) 미사일 ‘현무-3’ 개발·배치 얘기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지만 군 당국에선 공식 확인을 한 적이 없다. 좀 유치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비밀무기(?) ‘국회의사당 밑의 로봇 태권V’는 아니더라도 스텔스 헬기ㆍ오로라 같은 비밀무기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국방일보 201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