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 이갑진 전 해병대사령관 게재 일자 : 2011-06-14 14:00
지난해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지 7개월 만에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15일 창설된다. 해병대 사령관이 지휘하는 서방사는 합참 예하 작전사령부 중 한국군 최초의 합동군사령부가 된다. 북(北)의 군사적 도발에 가장 취약하면서, 정치·군사적으로 가장 민감한 서북도서 방어를 위해 주력인 해병대를 포함, 육·해·공군의 다양한 작전요소들을 통합지휘할 수 있는 작전지휘 체제를 갖추게 된 건 매우 바람직한 조치다.
지난 10년 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을 포함한 다섯 번의 무력충돌이 모두 서북도서 지역에서 일어났다. 수상에서 세번, 수중으로 한번 그리고 도서 포격 한번이다. 저들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던 1993년 필자는 백령도 여단장이었다. 대통령의 전화도 두 번이나 받았고, 국방부 장관도 방문했었다. 격려와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사기진작 조치도 뒤따랐다. 하지만 노후한 해안포 교체나, 화력보강, 장비교체 등 전투작전에 긴요한 전력증강 조치는 없었다. 상황이 벌어지면 본토의 지원이 올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섬을 사수하는 ‘도서고수 방어작전’이 주임무였다. 이러한 수세적 방어 개념은 지난해 연평도 포격 도발 때까지 달라진 게 없었다.
사령관이던 1999년 1차 연평해전이 벌어졌을 때 백령도, 연평도에는 K-9 자주포가 한 문도 없었다. 연평해전이 끝난 뒤 국방부 장관 명의로 육군에 들어갈 K-9을 연평도와 백령도에 각각 4문, 2문을 배치하게 했다. 이 포들이 1개 포대 6문으로 각각 증강되는 데 약 10년이 걸렸다. 이것이 서북도서 전력 증강의 현주소다. 서북도서 전력증강 요구에 대한 상부의 시종여일한 답변은 유사 시 합동전력으로 지원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보여준 조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제 서북도서에 대한 과감한 전력증강과 함께, 서방사의 창설에 즈음해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지적해 본다.
첫째, 전투를 수행함에 있어 보복응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 마련돼 서방사로 하여금 유사 시 중단 없는 군사보복 작전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작전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간적 대응성, 제 작전요소의 통합성 및 실질적인 보복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제 작전요소의 통합능력은 서방사를 지휘하는 해병대에 성배도, 독배도 될 수 있다.
둘째, 갓 출범하는 새 사령부가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준비된 체제로 출범해야 한다. 육·해·공·해병대로 구성되는 합동군사령부 요원들을 조직화하고, 연습·평가 및 보강에 이르는 일련의 준비를 통해 완벽한 팀워크를 구성하게 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셋째, 진행중인 전력정비사업의 적시성과 일관성 및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고암포에 이미 80%의 공정을 보인 공기부양정 기지에 유념해 적의 상륙작전에 철저히 대비하게 하고, 해병대 항공전력의 조속한 전력화를 도모해 도서 방어의 기동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울러 주민 대피시설의 대대적인 확충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사업을 중단없이 시행해야 한다.
넷째, 서방사 창설에 대한 과신의 오류를 피해야 한다. 서방사의 창설이 서북도서를 피해 제로지대로 만드는 보도(寶刀)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피해를 각오하고라도 저들이 자신의 도발로 한국에 주는 피해보다도 자신들에게 돌아갈 응징이 더 크기 때문에 도발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서방사가 될 때 서북도서는 적들에게 목의 가시가 되고 허리의 비수가 되는 불침항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