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해병대를 모체로 하고 육해공군을 망라한 합동참모부를 갖춘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창설됐다. 이 조치는 군사적김태현.jpg

전략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첫째, 당연한 말이지만 서해5도 지역의 방위전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이 지역에는 1999년, 2002년 두 차례의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이 유난히 잦았다. 이 지역의 방위전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추가 도발로부터 도서를 지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의 무모함을 깨닫게 하여 도발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 군사적 목표다. 특히 참모부를 합동군으로 구성한 것은 현대전의 추세인 합동성 강화를 위한 것으로 향후 군 구조 개혁에도 좋은 표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전략적 측면에서 서방사의 설치는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 흔히 듣는 말이지만 억제란 매우 복잡한 논리를 포함하고 있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우선 억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거부에 의한 억제’다. 효과적인 방위전력을 구축해 적으로 하여금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적으로 하여금 도발의 무모함을 깨닫게 해 사전에 도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서방사 창설이 그 같은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앞에서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응징에 의한 억제’다. 현대 첨단무기는 파괴력이 엄청난 데다 효과적인 방어가 어렵다. 게다가 주거 밀집지역이나 첨단산업시설 등 오늘날 삶의 터전은 그 같은 파괴력에 극히 취약하다. 따라서 도발에 따른 피해를 100배, 1000배의 응징으로 돌려준다고 공언하고 그것을 적에게 납득시켜 도발 의지를 꺾는 것이 응징에 의한 억제다. 서방사 설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능력을 강화함으로써 거부에 의한 억제와 응징에 의한 억제, 즉 이 중의 억제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그런데 여기에 하나의 역설(paradox)이 있다. 응징을 위한 확전은 이쪽에도 피해가 따르기 때문에 처음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비용-효과 면에서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응징을 망설이고 적이 그것을 알면 억제가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북한이 서해지역에서 비대칭적 전력으로 자주 도발을 한 것도 바로 역설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따라서 확실한 억제를 위해 비용-효과 면에서 비합리적인 행동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전략의 역설이다. 그 때문에 냉전 기간에 미국은 소련의 핵공격 시 대통령의 재가 없이 바로 반격하도록 사전 재가를 한 적도 있다. 북한의 전면 남침 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담보하기 위해 미 지상군을 전진 배치한, 소위 인계철선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서방사 창설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을 자동으로 담보하는 일종의 인계철선이다.

이순신 장군은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必生則死 必死則生)”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현충사를 찾아 방명록에 남기기도 했던 이 말이야말로 가장 탁월한 전략 원칙인 동시에 전략적 상황의 비장함을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기는 나를 지키지만 남을 해칠 수도 있다. 이 같은 군사력의 양면성 때문에 국가들은 안보를 추구하다가 오히려 불안의 수위만 높아지는 소위 안보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조치로 보일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 자칫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을 경동시킬 가능성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결국 서방사 창설을 포함한 군사적 노력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임을 주변국에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이 병행돼야만 포괄적인 안보전략이 된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사외(社外)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1-06-16 03:00:00 기사수정 2011-06-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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