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직 해군제주방어사령부 본부대 상병 / 제주일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에 해병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리고 전투와는 한참 먼 후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민들의 10분의 1이 해병대 출신이며, 6·25전쟁 때 3000여 명의 해병대원이 훈련받은 곳이다. 그때 훈련받은 해병 선배님들은 인천상륙작전, 도솔산전투, 백마고지전투 등 주요전투의 선봉에 서서 큰 공을 세우셨다.
지금 안보상황에서 ‘후방’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이곳 제주도가 불붙은 적의 포탄을 비껴갈 수 있을까? 한반도 최남단 평화의 섬,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가 안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의 장거리 미사일, 해상 침투세력, 육상 특수전부대는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 훈련 과정에서 우리 제주방어사령부 해병대는 전방과 후방의 개념을 배운 적이 없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전방 일선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오늘 당장이라도 싸워서 이긴다는 각오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전투형 부대를 육성하고자 하는 제방사의 노력은 조용하고 작지만 눈에 띄는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
제방사는 제주도에 북한군 특수부대 상륙에 대비, 훈련의 초점을 기동력 향상에 맞추고 있다. 전투체력 증진을 위한 구보나 개인 단련은 기본이고, 사격훈련·각개전투 등의 전술훈련을 주로 실시한다. 그리고 완전무장으로 작전지역에 해당하는 한라산 일대를 행군하고 정찰을 실시하면서 전시 상황을 숙지한다. 5분 대기조의 출동 속도는 타 부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모든 변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조용히, 그러나 도도한 강물처럼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과 같이 북한의 도발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위협적으로 변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제주방어사령부에 있는 모든 장병들이 오늘도 전투 태세 완비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