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해병대 해안 소초에서 4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정일의 잦은 도발에 맞서며 서해영토를 지켜온 해병대에서 병사 4명이 동료 사병의 총기난사로 숨진 사건은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일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5월말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 음해 혐의로 소장 2명이 구속되고 지난달 해안 초병이 민항기를 향해 오인 경고 사격을 한 사건에 뒤이은 일이어서 국민의 걱정도 크다. 사건이 발생한 소초는 바로 사단장이 구속된 부대 소속이다. 우수 자원들이 자원 입대하는 최정예 군대인 해병대에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군 지휘부의 기강해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나마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속에서도 발휘된 ‘해병대 정신’으로 국민은 위안을 얻고 있다. 4발의 총상을 입으면서도 총기난사의 범인 김모 상병을 제압한 권혁 이병이 없었다면 취침중이던 10여명의 동료병사가 몰살당할 뻔했다. 김정일의 연평도 도발 때 철모에 불이 붙은줄도 모르고 적을 향해 K9포로 대응 포격을 하던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 건 다행이다.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향후 이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 내 문화와 군기를 다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젊은 군인들이 아직도 10여명씩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후진적 병영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수많은 병영사건·사고는 사회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는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바다를 지키며 김정일의 도발에 맞서고 있는 해병대에 국가는 병영환경·무기체계를 개선해줘야 한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원자 급증으로 국민을 위로한 것도 해병대였다. 해병대 스스로 ‘해병대 정신’을 다시 세워라.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