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리 군의 최정예로 꼽히는 해병대가 흔들리고 있다. 군기가 풀렸다는 징후가 꼬리를 물더니 급기야 병사 4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 해병대에서 이런 총기 사건이 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원래 해병대는 훈련과 군기가 센 부대로 정평이 나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애칭의 이면에는 위험하고 힘든 훈련의 땀이 배어 있다. 그런 강인함의 매력 때문인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해병대는 선망의 대상이다. 해병대에 입대하려면 만만찮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우수한 병력 자원이 몰리다 보니 해병대 병사들의 자긍심도 매우 높다. 그런 해병대이기에 이번 사건의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강한 군대'의 이미지로 국민을 안심시켜 온 해병대가 오히려 불안과 걱정을 안겨주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건 후 만 하루가 지나면서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과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표면적으로 김모(19) 상병의 범행 동기는 권모(20) 일병과의 `갈등 관계'로 추정됐다. 나이는 많은데 계급은 낮은 군 특유의 `지위 역전'에서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김 상병에 대해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데 있었다. 김 상병은 입대 전 인성검사에서도 `정신분열증 의심증세' 진단을 받아 자대에서 `일반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있었다고 한다. 범행 직전 김 상병이 술을 마신 상태였고, 갈등을 빚었던 후임병을 죽이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금만 더 부대 지휘관들이 신경을 썼으면 불행한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군에서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되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부대 내 총기와 실탄 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김 상병이 소총과 실탄 75발, 수류탄 1발을 부대 상황실에서 훔쳐 범행하기까지 1시간 반 가량 시간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김 상병이 동료 장병들을 겨냥해 소총을 쏠 때까지 부대 내 누구도 총기와 실탄 분실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2명이 따로 보관하도록 돼 있는 총기관리함 열쇠도 사건 당일에는 1명이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 기저에는 `군기 문란'이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해병대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5월에는 해병 2사단의 박모 사단장(소장)과 홍모 소장이 유낙준 해병사령관을 음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상명하복'의 기강을 생명으로 하는 군에서 사단장급 장성이 `하극상'을 저지른 셈이다. 지난달 15일에는 서해 백령도의 해병 6여단에서 이모 상병이 자신의 소총 실탄에 맞아 숨졌다. 자살로 추정되는 이 사건에 대해 해병대 측은 계속 침묵을 지켜 의혹을 키웠다. 같은 달 17일에는 강화 교동도의 해병 초소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초소를 지키던 해병대 병사 2명이 아시아나 항공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해 99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우리 군의 대공 경계태세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의 훈련과 경계 태세가 대폭 강화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도의 긴장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전ㆍ후방을 불문하고 군의 피로도가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말도 있다. 특히 민항기 오인사격에 이어 이번에 총기 사건까지 터진 해병 2사단의 경우 작전지역이 넓어 병사들의 피로도가 더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병대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꼬리를 무는 근본적 원인은 `군기 문란'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장병 관리시스템의 허점도 결국은 기강 해이와 무관할 수 없다. 시급히 병력 관리시스템을 점검해 엄정한 군기를 재확립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해병대 정신'이 되살아나고 국민도 안보 불안감을 덜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살신성인의 자세로 김 상병의 추가 범행을 저지한 권모 이병의 든든한 `군인 정신'은 국민의 가슴 속에 희망을 심어줬다. 작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대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느라 자신의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몰랐던 해병대 병사의 감투 정신도 온 국민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런 `참군인'들이 해병대의 희망이자 힘이다. 이런저런 나쁜 일들을 하루 빨리 떨쳐버리고 해병대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강한 군대'로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1. No Image

    해병대 때리는 언론을 네티즌이 때린다

    몽상한 문사들의 횡포에 우직한 무사들 반발 방송의 해병대 죽이기가 집요하게 반복되는 게 아닌가 의심되는 가운데 네티즌들은 반송에 비판적이다. 14일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12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만나 ‘책...
    Date2011.07.16 Views4846
    Read More
  2. [설왕설래] 해병대

    無敵海兵(무적해병)’,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최초로 써준 휘호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해병 제1연대가 17일 만에 강원도 양구의 도솔산을 점령한 공로다. 이때부터 해병은 무적해병으로 통했다. ‘귀신 잡...
    Date2011.07.14 Views2721
    Read More
  3. 강한 훈련으로 무적해병의 명성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지난 한주 해병2사단 총기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낭보가 아니었더라면 며칠 더 뉴스의 앞머리를 장식했을지 모른다. 동료 전우 4명의 목숨을 앗...
    Date2011.07.12 Views4757
    Read More
  4. ‘영원한 해병’의 위기- 방형남(동아닷컴)

    해병부대 총기 사건은 지난달 말 정년퇴직한 선배가 남긴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는 논설위원 동료들과 석별의 정을 나 누는 자리에서 “군과 검경(檢警)은 비판을 할 때도 밑바탕에 애정을 깔고 바라봐야 한다”...
    Date2011.07.10 Views2619
    Read More
  5. No Image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입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sealhur 님의 게시글 제대한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마음은 아직도 현역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해병대란 이렇게 강한 중독과 향수를 갖게하는 거겠죠. 언론에서 말하는대로 배타적이고 ...
    Date2011.07.08 Views1901
    Read More
  6. No Image

    深度 있는 조사로 해병대 병영 바꿀 것 집어내라 - 조선일보 사설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해안 소초 생활관(내무반)에서 근무하던 김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부대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지난 2005년 6월 경기 연천군 육군 28사단 최전방 초소(GP)에서 김모 일병이 수류탄...
    Date2011.07.06 Views2496
    Read More
  7. No Image

    <연합시론> `군기 빠진' 해병대, 강군으로 거듭나야

    (서울=연합뉴스) 우리 군의 최정예로 꼽히는 해병대가 흔들리고 있다. 군기가 풀렸다는 징후가 꼬리를 물더니 급기야 병사 4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 해병대에서 이런 총기 사건이 난 것은 사...
    Date2011.07.05 Views2389
    Read More
  8. No Image

    ‘해병대 정신’ 다시 세우라 - 문화일보 사설

    강화도 해병대 해안 소초에서 4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정일의 잦은 도발에 맞서며 서해영토를 지켜온 해병대에서 병사 4명이 동료 사병의 총기난사로 숨진 사건은 1990년대 ...
    Date2011.07.05 Views2476
    Read More
  9. 7연대 장병문예공모전 우수작

    7연대 장병문예공모전 우수작 출처 : 7연대 카페 멧돼지동산
    Date2011.07.03 Views3952
    Read More
  10. ‘싸우면 이기는’ 해병대, 날개 달다

    전황기 해병대사령부 중령 [6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배경과 의미 과거부터 서북도서와 NLL 부근에서는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속되었고, 그때마다 우리 해병대는 이를 지키...
    Date2011.06.30 Views2392
    Read More
  11. No Image

    해병대 독자성 강화 기대된다

    <기호일보 사설 2011.6.28>마침내 해병대조직법, 군인사법, 군수품관리법 등 3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해병대는 명실상부한 법적 지위 및 독자성이 대폭 강화됐다고 한다. 작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Date2011.06.30 Views1954
    Read More
  12. No Image

    조용하지만 강한 ‘제주도 해병대’

    서인직 해군제주방어사령부 본부대 상병 / 제주일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에 해병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리고 전투와는 한참 먼 후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민들의 10분의 1이 해병대 출...
    Date2011.06.25 Views4602
    Read More
  13. 해병대 쌍룡합동상륙훈련

    박세봉 상병 해병대1사단 / 국방일보 2011.6.22 여명을 가르는 장갑차와 전차 소리에 훈련이 시작됐음을 깨달았고 바다를 가르는 독도함의 뱃고동 소리에 이 훈련의 웅장함을 새기게 됐다. 이렇게 2011년도 ‘쌍룡 1-1...
    Date2011.06.22 Views3389
    Read More
  14.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거는 기대 - 동아일보 시론 김태현

    15일 해병대를 모체로 하고 육해공군을 망라한 합동참모부를 갖춘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창설됐다. 이 조치는 군사적 전략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첫째, 당연한 말이지만 서해5도 지역의 방위전력을 크게...
    Date2011.06.16 Views2608
    Read More
  15. 서북도서 방위사령부 창설 이후 과제

    문화일보 / 이갑진 전 해병대사령관 게재 일자 : 2011-06-14 14:00 지난해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지 7개월 만에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15일 창설된다. 해병대 사령관이 지휘하는 서방사...
    Date2011.06.14 Views258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6 Next
/ 3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