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敵海兵(무적해병)’,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최초로 써준 휘호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해병 제1연대가 17일 만에 강원도 양구의 도솔산을 점령한 공로다. 이때부터 해병은 무적해병으로 통했다. ‘귀신 잡는 해병대’는 미국 AP통신 기자가 지어냈다. 1950년 8월7일 김성은 중령이 이끄는 해병부대가 경남 통영에 상륙해 대승을 거둔 것을 보고 타전한 기사 내용이다. 당시 전사자 기준으로 ‘아군 1명 대 인민군 1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해병대 1개 중대가 월맹군 2개 연대를 격퇴시킨 베트남전 ‘짜빈동 전투’는 세계 전쟁사의 전설이 됐다.
무적해병은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다. 동·서해 2개 해병 사단을 상대하기 위해 인민군은 원산 남쪽으로 1군단, 황해도 인근에 4군단을 포진시키고 있다. 해병의 상륙을 막기 위해 기계화 군단을 만들고 내륙의 2∼3개 사단을 해안으로 옮겼다고 한다. 북의 실크웜 미사일, 잠수함기지 등은 서해 쪽에 밀집해 있다. 백령 6여단과 연평부대가 유사시 평양을 칠까봐 두려운 것이다. 해병부대가 인민군 육군을 바닷가에 ‘묶어 두고’ 있으니 그만큼 서울은 안전하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규모나 전투력 측면에서 미국 빼고는 세계 최강이다. 세계 1위의 미 해병대와 연합작전을 펼 때는 전투력이 몇 배 상승한다. 우리 상륙수송 ‘독도함’에다 미국의 ‘HLD+LPD+LSD 정규 상륙전단’이 합친 연합세력은 평양에 공포가 될 것이다.
해병대에 거는 국민적 기대와 긍지는 그래서 더 크다. 북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민적 지지는 뜨겁다. 배우 현빈으로 대표되는 우리 젊은이들의 해병대 지원율은 예년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지난달 15일 창설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사령관도 해병대사령관이 겸하도록 해줬다.
그러나 ‘해병대 사랑’은 최근 피로감을 느끼는 듯하다. 끔찍한 총기 사건과 구타, 기수열외 등 가혹행위 탓이다. 특수한 조직문화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문제의 기수 개념을 바꾸는 등 진정한 무적해병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큰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국민이 ‘해당 부대를 해체하라’고 몰아치지 않는 까닭을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
<세계일보 조민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