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011027_00393729501_20110603.jpg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생물이 유전자를 통해 자신을 복제하듯이 인간 집단도 자신의 문화를 후대로 전승한다. 이러한 집단의 유전자를 사회생물학에서는 ‘밈’(Meme)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데, 그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해병대라고 할 수 있다. 육해공군과 달리 2만500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병력이지만 신화를 통해 구성원을 감동시키고, 강한 규율을 통해 구성원들을 복종시킨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버리면서 진화가 멈춰버렸다는 데 있다.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다른 유전인자를 받아들이고 교환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해서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해병대 문화는 다른 집단에 의해 자신들의 조직이 혁신되거나 검증받는 것도 거부한다. 유낙준 사령관의 “해병대 조직문화가 타군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말도 그만큼 해병대가 폐쇄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초에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때의 일이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해병대가 담당하는 상륙작전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검증하기로 하고 이를 훈련 과제로 선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해병대사령부는 긴급히 미 태평양사령부 해병대 장성에게 “육군이 해병대 작전계획을 검증하려 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미 해병대 장성이 한미연합사 기획참모부장에게 전화를 하여 그 과제를 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양국의 해병대가 신속한 ‘합동작전’으로 자신들의 작전계획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 해병대의 상륙작전이라는 것이 유사시에 써먹을 만한 계획인지, 다른 작전요소와 중첩되거나 충돌하는 점은 없는지, 우리가 상륙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막상 유사시가 되면 부실한 작전개념과 검증되지 않은 능력으로 인해 더 큰 실패와 희생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점은 조직문화에서도 드러났다. 이번에 총기참사로 4명이 숨지면서 ‘기수열외’를 비롯한 기상천외한 해병대 특유의 악습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해병전우회 등 예비역 일각에서는 해병대 전통을 만들기 위한 기강확립의 한 수단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진정으로 강한 군대라면 타군이 엄두도 못 낼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훈련 목표를 명확히 정립해야 하고, 검증된 작전개념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만들어진 신화’에 겉멋이 들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군대는 강한 군대가 아니라 강한 척하는 군대다.

이렇게 된 순간 진화가 멈추어버렸다. 그 대신 조직의 유전자 속에 잠복한 악습의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수뇌부 장성 두 명이 사령관 음해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데 이어 이번 총기참사로 사령관까지 물러난다면 이는 1973년 해병대가 해군 소속으로 전환된 이래 38년 만에 해병대 수뇌부가 궤멸되는 초유의 상황이다.

군인정신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시민정신의 연장이어야 한다. 해병대 정신의 가장 훌륭한 귀감은 1979년의 부마민주항쟁이다. 공화당사와 방송사가 불타는 그 혼란의 와중에 부산에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해병 7연대는 날아오는 시위대의 돌을 그냥 맞았다. 그래서 시민과 친구가 되었고 해병대의 인기가 치솟았다. 부산역으로 출동한 진압군의 한 중위는 표를 파는 아가씨와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에 훨씬 평화로운 시위가 벌어진 광주에서 공수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해병대가 강해지려면 32년 전처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에 복종하는 길밖에 없다.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민주사회의 시민정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해병대 정신보다 먼저다. <한겨례신문>

 

  • 나그네 2011.07.22 14:07

    어째 해병닷컴이 종북쓰레기들 경연장이 되었나요?

    황석영, 김종대 요런 자들은 북괴의 대남적화 전술에 따라

    남한내 폭력을 수반한 혁명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선동선전의 괴뢰들인데 어찌 이런 자들의 글을

    여기에다 버젓이 싣는가요?


  1. 해병대는 ‘상륙기동군’이고 싶다

    7월 4일 인천 강화도에 주둔한 해병대 2사단(청룡) 예하 부대에서 한 소대원이 동료 네 명을 쏴 숨지게 하자 “소수정예를 자랑하 는 해병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군을 안다...
    Date2011.08.14 Views3544
    Read More
  2. 통영상륙작전 - 문화일보 오후여담 / 김종호 논설위원

    <문화일보 김종호 논설위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水軍)의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진주대첩·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 대첩으로 일컬어진다. 1592년(선조 25년) 7월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
    Date2011.08.08 Views4543
    Read More
  3. 서해5도 이상없다

    안승환 이병 / 해병대6여단 지난달 12일 한미연합기동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 훈련은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근무하는 한국 해병대와 미국 해병대가 함께 훈련을 받으며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파트너십...
    Date2011.08.06 Views3637
    Read More
  4. 이제부터는 해병대를 사랑으로 품어주자

    이세영 건양대학교 국방공무원학과 교수 지난달 4일 우리들은 강화도에서 들려온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을 접하게 된다. 2005년 6월에 전방부대에서 발생했던 끔찍했던 총 격사건을 잊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만 금번 ...
    Date2011.08.05 Views2794
    Read More
  5.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시론 -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 국방일보 2011.7.27 신원배 (예)해병대소장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총장 #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3년 7월 23일, 유엔군 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북한군 대표 남...
    Date2011.07.27 Views2598
    Read More
  6. No Image

    다시 태어나는 해병대의 모습을 보이길

    <대한매일신문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귀신도 잡는다는 우리나라의 해병대가 구타와 폭언 등 후진적인 군기문화를 퇴출시키기 위해 최근 발생한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혁신 100...
    Date2011.07.25 Views2578
    Read More
  7.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 안하면 戰場 선봉에 설 수 없다"

    해병대 사령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 각계 200여명 참석 - 金국방 "구타는 식민 잔재"… 현역 부사관 "期數는 악습" 어떤 대안이 논의됐나 - 가혹행위 땐 붉은명찰 떼고 해당 부대는 해체, 재창설 <조선일보 유용원...
    Date2011.07.24 Views3602
    Read More
  8. No Image

    해병대와 개병대의 차이 -오시영의 세상의 창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우리는 해병대와 관련한 몇 가지 유행어를 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든지, “해병대는 개병대다!”라는 말이다. 앞의 말은 해병대의 용감성과 의리,...
    Date2011.07.22 Views2310
    Read More
  9. 해병대 공격하는 좌파진영 "해병대를 모욕하지 말라"

    해병대 공격하는 좌파진영 "해병대를 모욕하지 말라" 해병대 군기사고의 원인은 ‘전략기동군’에게 육군 임무 맡긴 때문 지난 4일 강화도 해병 2사단 해안경계소초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해병대의 관행...
    Date2011.07.20 Views2905
    Read More
  10. 해병대에서 빨간 명찰을 뗀다는 것은

    [편집자에게] 해병대에서 빨간 명찰을 뗀다는 것은 강신길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해병대 예비역 준장 요즘 '귀신 잡는 해병대'가 '전우 잡는 해병대'가 되었다는 언론의 질책에 해병대 예비역 장성의 일원으로 몸 둘 ...
    Date2011.07.20 Views3845
    Read More
  11. No Image

    동성애자까지 나서 해병대를 모욕하지 말라

    [기자수첩] 해병대를 공격하는 좌파진영 ‘자칭 군인권단체’, 해병대 사고 조사에 끼워 달라 주장 해병대 군기사고의 원인은 ‘전략기동군’에게 육군 임무 맡긴 때문 좌파 진영, 盧정권 시절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실패...
    Date2011.07.19 Views2254
    Read More
  12. “그래도 용맹 해병대는 사랑 받아야 한다!”

    해병대를 위한 변명 그리고 고언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부대에서 가혹행위로 인해 김 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의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불과 일주일만인 10일 포항의 해병대 1사단에서 정모 일병이 가혹행위...
    Date2011.07.19 Views2120
    Read More
  13. 상륙작전에 정통한 장교로 첫걸음

    김규태 소위 / 해군5전단 생도생활을 마치고 해군 장교로서 실무에 배치되자마자 2011년 연대급 합동상륙훈련 상황장교로 파견을 가게 됐다. 상륙작전이라고는 생도 시절 군사학 과목으로 잠깐, 그리고 초군반 성분작...
    Date2011.07.17 Views3976
    Read More
  14.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서울신문 7/16 8면>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
    Date2011.07.17 Views3528
    Read More
  15. 진화의 시계가 정지된 해병대 / 김종대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생물이 유전자를 통해 자신을 복제하듯이 인간 집단도 자신의 문화를 후대로 전승한다. 이러한 집단의 유전자를 사회생물학에서는 ‘밈’(Meme)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집단과 구별...
    Date2011.07.17 Views273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6 Next
/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