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7/16 8면>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해병대원으로 치러냈고 베트남 전쟁에까지 참전했던 노병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SSI_20110715183727_V.jpg

◀ 황석영 작가 
 

원래가 해병대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국의 영토를 벗어나서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공략하던 시기에 조직된 군사 편제이다. 한국 해병대의 창설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 낙동강 교두보에 몰리면서 인천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미군 사령부의 주도로 제주도에서 급조되었던 것이다.

이들 초기 기수의 해병 대부분이 4·3 항쟁을 겪고 살아남아 가족과 자신의 사상적 알리바이를 온몸으로 보여야 했던 제주도의 청년들이었던 것은 분단에서 비롯된 국군의 태생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유명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도 창설되자마자 부산 방어선을 위한 최초의 상륙작전이던 통영 작전을 취재한 미국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병대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독자적으로,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미국 해병대의 작전 편제 안에서 그 특수성을 견제 혹은 격려받으면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남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의 경우를 보면 육·해·공 지휘 체계의 외곽에서 비정규적 작전권을 갖고 있던 해병대가 언제나 군사정변에 동원되었고 한국의 5·16 쿠데타에서도 역할은 비슷한 것이었다.

 

육군이 주도했던 당시의 군사정부는 해병대의 애매한 위치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흔적이 여러 가지 자료에 보인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체계에 들어가면서 예산·진급·작전 모든 면에서 그 독자성을 상실한다.

아무튼, 우리 군대의 아픔이었던 일제 군대의 잔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급 병사들에게는 내무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든 병영 문화의 출발이 내무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겉으로는 미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젊은 장교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했지만 일본 육전대의 전통이 내면화되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일이지만 미군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 한명에게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군수, 병참, 화력 지원의 역량을 투입했다. 아무리 조건이 나쁜 하급 부대에서도 병사들은 따뜻한 식사와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민주 군대’의 토대는 결국 경제적 역량이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군대에서 밥이라도 먹였던 것은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었고, 이른바 ‘빳다’를 맞고 기합을 받아도 견디어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야말로 ‘기수 열외’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한다. 해병대의 기수란 한 달에 한 번씩 자원한 젊은이들을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모병제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젊은이끼리는 서로 ‘동기생’이라고 부른다.

병력의 최소 단위가 되는 소대에서 분대로 나뉘는 편제를 모르면 어째서 기수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아래 분대장인 하사관들이 있고 일개 분대는 스무 명쯤 되며 이는 다시 화기를 중심으로 조장 사수 부사수 소총수로 내려간다. 병장이 부분대장쯤 되고 그 아래로 상등병과 일등병, 이등병이 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기수는 이러한 편제를 맞추어 나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작전을 나가는 모든 병사는 수통을 두 개씩 허리에 차고 나가도 절약해서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는 오후에 텅 비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다른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먹자고 하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내 피를 달라고 하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동기생이 달라고 하면 하는 수 없이 내준다.

당시만 하여도 얼차려를 줄 때에도 상급자는 엄동설한에 병사들을 발가벗겨 구보를 시키면 자신도 발가벗었고 얼음물에 처박으려면 자신도 함께 처박혀서 구령을 붙였다. 기수란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한 동료를 낙오시키고 내버리고 왔을 때 모든 동기생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을 ‘전우애’라고 부른다.

‘기수 열외’란 언젠가부터 극단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우리네 학원의 청소년 문화가 되어버린 ‘왕따’가 병영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충격을 주는 용어이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병사 모두가 그를 묵살하거나 엄정하게 주어진 계급 따위를 무시하게 한다는 것은 내막적으로는 군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하여 하급병사들에게만 엄중하게 묻는 것을 개탄한다. 사실 변죽을 울리면서 한참 동안 해병대의 유래와 특수성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일종의 ‘조직 피로’ 증후군이다.

천안함 이래 그리고 연평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중심부에 있던 해병대를 온 사회와 정치권이 그리고 지휘 상층이 얼마나 쪼아댔을까. 만만한 게 뭐라고 하급 병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미군식 ‘민주 군대’란 병사 개개인에 대한 막강한 지원 능력과 높은 ‘노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군대에 안 가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릴 정도의 강압적 징병제를 책임질 만한 내무반을 창출해 낼 국가적 의무가 있다.

군기를 지키되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우’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기 직책과 책임에 관한 것만 예외로 하고 모든 사사로운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소대장은 당번병을 없애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하며 하사관 병장은 제 양말을 빨고 상등병은 자기 식기를 설거지하며 일등병 이등병은 근무 이외에 하인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광주’를 말하며 당시의 신군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군대’는 정치권력의 사병(私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이 버젓하게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특정한 정치적 집회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작인 병법에서 전쟁을 피치 못할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국가와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다면 전쟁과 군대는 국가를 위한 최후의 필요악이라는 말이 된다.

 

●황석영1943년 만주 출생.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1966년 해병대에 입대해 청룡부대 제2진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에 이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1969년 제대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1989년 방북 후 독일·미국 등지에서 머물다가 1993년 귀국해 5년여 복역했다. 지난달 신작 소설 ‘낯익은 세상’을 발표했다. <서울신문>

TAG •
  • 나그네 2011.07.22 13:59

    종북좌익 황석영이 해병대 출신이란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철저하게 북괴의 개가 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괴의 대남전술에 맞추어

    연방제 방식의 통일, 즉 적화통일의 불쏘시게 역할을 해오고 있는 전형적인

    괴뢰지요.

    참 개탄스럽습니다.

    해병이였다는 이유로 이 홈페이지에까지 이사람 칼럼을 싣다니...

     

    저도 해병이였으니 저자가 선배가 되나?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 순딩이 2012.05.06 18:03
    정체가무엇인지,사상은어느쪽인지 확실하게밝혀주시오. 북한방문후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징역살고나왔죠? 해병대욕보이지마소.

  1. 해병대는 ‘상륙기동군’이고 싶다

    7월 4일 인천 강화도에 주둔한 해병대 2사단(청룡) 예하 부대에서 한 소대원이 동료 네 명을 쏴 숨지게 하자 “소수정예를 자랑하 는 해병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군을 안다...
    Date2011.08.14 Views3544
    Read More
  2. 통영상륙작전 - 문화일보 오후여담 / 김종호 논설위원

    <문화일보 김종호 논설위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水軍)의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진주대첩·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 대첩으로 일컬어진다. 1592년(선조 25년) 7월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
    Date2011.08.08 Views4543
    Read More
  3. 서해5도 이상없다

    안승환 이병 / 해병대6여단 지난달 12일 한미연합기동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 훈련은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근무하는 한국 해병대와 미국 해병대가 함께 훈련을 받으며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파트너십...
    Date2011.08.06 Views3637
    Read More
  4. 이제부터는 해병대를 사랑으로 품어주자

    이세영 건양대학교 국방공무원학과 교수 지난달 4일 우리들은 강화도에서 들려온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을 접하게 된다. 2005년 6월에 전방부대에서 발생했던 끔찍했던 총 격사건을 잊은 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만 금번 ...
    Date2011.08.05 Views2794
    Read More
  5.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시론 -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 국방일보 2011.7.27 신원배 (예)해병대소장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총장 #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3년 7월 23일, 유엔군 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북한군 대표 남...
    Date2011.07.27 Views2598
    Read More
  6. No Image

    다시 태어나는 해병대의 모습을 보이길

    <대한매일신문 홍성봉의 是是非非> 홍성봉 편집국장 귀신도 잡는다는 우리나라의 해병대가 구타와 폭언 등 후진적인 군기문화를 퇴출시키기 위해 최근 발생한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혁신 100...
    Date2011.07.25 Views2578
    Read More
  7. "젊은 해병을 명예롭게 대우 안하면 戰場 선봉에 설 수 없다"

    해병대 사령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 각계 200여명 참석 - 金국방 "구타는 식민 잔재"… 현역 부사관 "期數는 악습" 어떤 대안이 논의됐나 - 가혹행위 땐 붉은명찰 떼고 해당 부대는 해체, 재창설 <조선일보 유용원...
    Date2011.07.24 Views3602
    Read More
  8. No Image

    해병대와 개병대의 차이 -오시영의 세상의 창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우리는 해병대와 관련한 몇 가지 유행어를 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든지, “해병대는 개병대다!”라는 말이다. 앞의 말은 해병대의 용감성과 의리,...
    Date2011.07.22 Views2310
    Read More
  9. 해병대 공격하는 좌파진영 "해병대를 모욕하지 말라"

    해병대 공격하는 좌파진영 "해병대를 모욕하지 말라" 해병대 군기사고의 원인은 ‘전략기동군’에게 육군 임무 맡긴 때문 지난 4일 강화도 해병 2사단 해안경계소초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해병대의 관행...
    Date2011.07.20 Views2905
    Read More
  10. 해병대에서 빨간 명찰을 뗀다는 것은

    [편집자에게] 해병대에서 빨간 명찰을 뗀다는 것은 강신길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해병대 예비역 준장 요즘 '귀신 잡는 해병대'가 '전우 잡는 해병대'가 되었다는 언론의 질책에 해병대 예비역 장성의 일원으로 몸 둘 ...
    Date2011.07.20 Views3845
    Read More
  11. No Image

    동성애자까지 나서 해병대를 모욕하지 말라

    [기자수첩] 해병대를 공격하는 좌파진영 ‘자칭 군인권단체’, 해병대 사고 조사에 끼워 달라 주장 해병대 군기사고의 원인은 ‘전략기동군’에게 육군 임무 맡긴 때문 좌파 진영, 盧정권 시절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실패...
    Date2011.07.19 Views2254
    Read More
  12. “그래도 용맹 해병대는 사랑 받아야 한다!”

    해병대를 위한 변명 그리고 고언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부대에서 가혹행위로 인해 김 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의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불과 일주일만인 10일 포항의 해병대 1사단에서 정모 일병이 가혹행위...
    Date2011.07.19 Views2120
    Read More
  13. 상륙작전에 정통한 장교로 첫걸음

    김규태 소위 / 해군5전단 생도생활을 마치고 해군 장교로서 실무에 배치되자마자 2011년 연대급 합동상륙훈련 상황장교로 파견을 가게 됐다. 상륙작전이라고는 생도 시절 군사학 과목으로 잠깐, 그리고 초군반 성분작...
    Date2011.07.17 Views3976
    Read More
  14.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서울신문 7/16 8면>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
    Date2011.07.17 Views3528
    Read More
  15. 진화의 시계가 정지된 해병대 / 김종대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생물이 유전자를 통해 자신을 복제하듯이 인간 집단도 자신의 문화를 후대로 전승한다. 이러한 집단의 유전자를 사회생물학에서는 ‘밈’(Meme)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다른 집단과 구별...
    Date2011.07.17 Views273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6 Next
/ 3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