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해병대에서 빨간 명찰을 뗀다는 것은
요즘 '귀신 잡는 해병대'가 '전우 잡는 해병대'가 되었다는 언론의 질책에 해병대 예비역 장성의 일원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뉴스 시간마다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뉴스에서 구타나 가혹 행위를 한 병사에게서는 해병대의 빨간 명찰을 박탈한다는 내용(19일자 A4면)을 보고 나서 '이제는 끝장까지 왔구나' 하는 절박한 심정과 마음의 고통을 형언할 수 없다.
해병 특수수색대 소대장으로 시작해 30여년의 해병대 생활과 전역 후 8여년 해병대 전우회 봉사 활동에서 터득한 우리 해병대의 자부심과 긍지를 지켜주는 원천은 빨간 명찰, 팔각 모자 그리고 자랑으로 여겨온 기수였다. 해병대 병사들의 가슴에 부착된 빨간 명찰을 뗀다 함은 그 병사에게는 명예적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처벌이다. 이렇게 되면 빨간 명찰을 떼인 병사는 더 이상 해병의 일원이 아니요 죽은 목숨과 같은 치욕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러한 병사를 배출하게 된 지휘관 역시 평생 지니고 다녀야 할 군 복무 기록에 그 내용이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가혹한 처벌을 꼭 해야 되나 하는 의구심이 있겠지만, 필자는 그러한 과도한 조치가 이 시점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최근 발생한 해병대 병영 내 구타 및 가혹 행위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발본색원하는 방법은 이러한 읍참마속(泣斬馬謖)밖에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해병대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표방하고 이제까지 성장해왔다. 월남전 참전 결정 때도 그랬듯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이 빠른 시간에 이뤄지고 곧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군대가 해병대이다. 특히 해병대 용사들은 옳은 일이라 결심만 하면 3군에 앞장서서 돌진하는 용맹스러운 병사들이다. 이젠 우리 해병 용사들도 지나간 그릇된 전통들이 해병대 역사에 얼마나 큰 오명을 남겼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우리 해병대 병사들 내부로부터 변화를 일으켜 해병대 용사다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용감한 해병 용사들이여, 여러분의 빨간 명찰은 어느 누구도 떼여서는 안 된다. 선배들이 쌓아온 명예를 위해 이제는 그대들이 나서야 할 때다. 우리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해병대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드리자. 그리하여 빨간 명찰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자.
<출처 : 조선닷컴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