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이젠 조국이 그들을 지켜야 한다 / 국방일보  2011.7.27

 

신원배 (예)해병대소장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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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3년 7월 23일, 유엔군 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과 북한군 대표 남일 인민군 대장이 정전협정문에 서명한다. 곧이어 27일에는 김일성과 팽덕회가 조인한다. 이리하여 3년 1개월 2일 17시간 동안 끌어왔던 6·25전쟁은 일단 정전상태에 들어간다.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명피해도 컸다.

62만 명의 국군, 250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는 참사였다. 유엔군 15만 명, 북한군 80만 명과 중공군 97만 명의 희생도 있었다. 그리고 6·25전쟁의 포화는 멈춰 섰다.

 # 그렇다면 6·25전쟁은 끝난 것인가? 정전협정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북한의 도발은 시작됐다. 1·21사태, 울진·삼척 무장공비침투, 8·15대통령 저격사건,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KAL 858기 폭파사건 등을 비롯해 두 차례에 걸친 연평해전 그리고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에 이르기까지 저들의 도발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우리 군의 통계에 의하면 정전 이후 북한의 도발은 300여 건에 달한다. 그래서 6·25전쟁은 끝난 전쟁이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인 것이다.

 # 지난 7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은 트로이 페트리 상사의 목에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걸어주었다. 페트리 상사는 아프간 전투에서 두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동료들에게 떨어지는 수류탄을 낚아채 밖으로 던지려다 폭발해 오른손을 잃었다.

이날 미국의 생방송 뉴스 전문채널 CNN(Cable News Network)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미국의 모든 국민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 있는 전쟁영웅 페트리 상사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아침 국내 모 일간지는 이렇게 제목을 달았다. “미국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미국을 만든다.”

 # 우리나라에는 18만2000명의 6·25전쟁 참전용사와 13만8000명의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생존해 있다. 이들 전쟁영웅에게는 고작 월 12만 원의 참전수당이 주어진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부분의 전쟁영웅이 가난과 질병과 외로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들은 “당신들 때문에 통일이 안 됐다”고 눈을 흘긴다. 군복 입은 노병들을 ‘꼴통보수’로 깎아내린다. “사람 죽이는 법만 가르치는 군대는 가지 말라”고 선동하기도 한다.

 # 그렇다. 우리의 영웅들은 수많은 국난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전쟁의 폐허 위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 이제는 조국이 영웅들을 지켜줄 차례다. 영웅들이 있었기에 이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국민들이 그들을 지켜주고 존경해야 할 차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6·25전쟁이 항구적인 종전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전쟁의 망령은 지금도 전쟁영웅을 홀대하는 나라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 경고를 5000만 국민 모두가 하루도 잊지 않고 명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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