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김종호 논설위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水軍)의 한산도대첩(閑山島大捷)은 진주대첩·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 대첩으로 일컬어진다. 1592년(선조 25년) 7월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鶴翼陣)을 펴고 지자·현자·승자총통(地字玄字勝字銃筒) 등을 일시에 쏘며 진격, 격파하고 불사른 왜군의 배만 해도 66척이었다. 그 결과로 일본 수군을 몰살했다. 한산도는 행정구역으론 통영시 한산면이다.
한산대첩 못잖게 의미 있는 대한민국 현대의 군사 작전 중의 하나가 통영상륙작전이다. 김일성이 기습 남침해 발발한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17일 김성은(1924 ~ 2007)장군이 당시 중령으로 지휘한 해병 제1대대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바다를 통해 단독으로 상륙, 통영과 거제도를 점령하려고 발악하던 북한군 제7사단을 통쾌하게 무찌른 전투다. 그해 9월15일 더글러스 맥아더 주한(駐韓) 유엔군사령관의 인천상륙작전보다 한 달 가까이 앞선 날로 대한민국 국군이 낙동강까지 밀리며 방어하기 힘들어 할 때 용맹을 떨치며 과감하게 공격에 나서 승전한 작전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가 통영상륙작전을 보도하면서 '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고 표현한 것이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별칭의 유래이기도 하다. 통영시는 오는 17일 무전동 원문고개에서 통영상륙작전 제61주년 전승 추모행사와 함께 기념관을 개관한다. '해병대 처음 상륙한 곳'이라고 새긴 화강암 비석이 서 있는 고개의 기념관에는 김성은 장군 유족이 기증한 유품,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인도한 상륙장갑차·탱크 등이 상설 전시된다.
전남 여수항과 함께 한국의 나폴리로 불려온 미항(美港)인 통영은 '비오자 장독대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하고 읊은 '봉선화'의 시인 김상옥(1920 ~ 2004)을 비롯한 여러 예술가의 고향이다. 나전칠기 장인(匠人) 김봉룡, 시인 유치환, 소설가 박경리, 화가 전혁림, 음악가 윤이상, 극작가 유치진 등의 출생지로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상륙작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더 그렇게 마련이다.
훌륭한 예술가들도 당연히 기려야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킨 위대한 통영상륙작전 역시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국민 모두 기억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