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해병대가 대중 매체에 자주 오르내린 적은 베트남전에서 ‘신화(神話)를 남긴 해병’의 전공을 세운 이후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좋은 일로 그래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 해병대 일원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필자는 병영에서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대원들이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했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해병대는 태생적으로 동적이며 훈련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병대원들의 피 속에는 정말로 그런 DNA가 있는 것이다. 최근의 병영생활 문제가 이러한 해병의 타고난 기질을 제대로 표출할 기회가 적었음에서도 원인이 있다고 보며 해외파병, 그것도 부대단위 파병이 하나의 기회가 되고 병영문화 개선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젊은이들은 편한 것만 찾는다고 하지만 해병대원은 그렇지 않다. 해병대는 소위 타군에서 보면 편한 보직이라고 할 수 있는 조리병·회관 관리병·행정병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자신은 해병대고 해병대는 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렇듯 본질적으로 그들의 피 속에는 상륙군이라는 유전자가 내재해 있으며 상륙군은 공격을 위해 외부로 뻗어 나가는 특성이 있다.
이제 해병대에게 그 길을 열어줘야 한다. 물론 해병대도 현재 해외에 파병하고 있지만 그 수는 전체 파병인원 대비 5%도 안 된다. 또 이마저도 소규모로 육군·해군 부대에 배속돼 운용되고 있어 해병대의 역할과 위상은 미미하다.
이렇게 운용돼서는 어떤 교훈의 축적도, 장비개선도, 교리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해병대도 해병대를 주축으로 편성된 부대단위파병을 검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많다.
첫째, 해병대 임무를 고려해 볼 때 상륙작전 이후 안정화 작전을 수행할 경우에 대비해 경험과 노하우, 군수지원능력, 교리 등을 발전시킬 수 있다.
둘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줄 수 있으며 선발 과정에서 병영문화 개선에 앞장선 모범대원을 우선선발 조건으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병영문화 개선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셋째, 타군에 대해 다소 배타적인 해병대에 타군을 배속 운용함으로써 상호교류를 통해 합동성을 강화하고 해병대 조직문화의 변화도 유도할 수 있다.
넷째, 분쟁지역에서 고생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해병대의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하고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파병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다양한 형태로 분쟁이 확산하고 있으며 과거처럼 미국이 그 역할을 담당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파병의 효과 측면을 고려할 때 정부정책도 부대파병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앞으로 파병 시에는 해병대를 모체로 하는 부대단위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