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인 관계로 성명과 소속을 밝히지 못 한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동안 떠들석했던 특수전 계시판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것 처럼 느껴지는군요.
전 해병도 아니고, 해병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고도 할 만큼 잘 모르는 사람이고요. 단지 해병과 몇번의 인연이 있었다는 이유로 해병에 대해서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곳 디코에 와서도 해병님들의 글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저와 해병과의 첫번째 인연은 태어나면서 부터입니다. 제 아버님이 해병 181기로서 67년부터 68년까지 베트남에 갔다 오시고 바로 결혼, 저를 낳으셨으니깐요. 저 어렸을 적에는 해병동지회라는 모임이 있으셔서 한달에 한번씩 가족동반으로 놀러 다니거나, 회식을 하곤 했었는데, 그 모임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버님 친구하면 해병출신 분들이 많죠.
해병의 아들이라곤 하지만 전 해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버님이 전혀 제 앞에서는 군대생활에 대해 말씀을 안 하시거든요. 친구분들하고 술을 드실때도 전혀 안하시더군요. 무슨 암묵의 약속같은 것이 있어서 인가 생각할 정도로요. 단지 아버님의 군대생활을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낡은 앨범에 가득 들어 있는 사진과 녹슬은 훈장(무슨 훈장인지는 저도 모릅니다.)과 아버님의 엉덩이에 나있는 총상자국으로 밖에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옷 벗은 여자들 사진이 끼여 있는 엄청 두꺼운 앨범이었습니다. 어릴때 어머니 모르게 벽장속에 들어가 훔쳐 보던 기억이 납니다.
두번째는 고등학교 3학년때 제 담임선생이 해병헌병대 수사과 출신이었던 분인데 이분 별명이 안기부장, 그리고 이분이 학생과장이었던 학생과는 안기부였습니다. 걸어서 들어가면 기어나온다는 곳이었죠. 근데 이분이 저한테는 참 잘해 주셨읍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깐 우리 아버님 몇기수 후배였답니다. 비리가 있었죠.
세번째는 육사를 졸업하고 제가 근무한 포병부대가 김포부근의 사단이었습니다. 저희 부대 바로 앞에는 해병검문소가 있었고, (이말하면 2해병 근무하셨던 분들은 금방 아시리라 믿습니다.) 훈련나가서 진지로 들어가던 곳이 김포반도내의 해병 주둔지가 많았습니다. 전 포병대대 작전보좌관으로서 화력계획이라든지 작전계획이라든지 하는것을 수도 없이 접하고, 수정하고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 ID가 Oplanner이죠.(Oplan+planner=Oplanner)
훈련시 포병이라서 2사단 작전시에 화력지원을 해야하는 관계로 훈련전에 해병보병연대에 가서 회의도 많이 하고 해병의 많은 분들도 뵙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병하면 떠오르는 저의 인상은 한마디로 멋입니다. 빨간 명찰도 멋있고, 세무전투화도 멋있고, 팔각모도 멋있고, 육군과는 또 다른 멋이죠. 그건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이죠. 누가 뭐라고 해도 해병은 대한민국국군의 자랑입니다. 어디에 내 놓아도 어떤 부대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전투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력으로도 특별한 무장을 하고 있죠.
제가 지금 있는 곳도 일본 자위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어서 많은 자위관들을 만납니다. 자위관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얘기가 있죠. 한국의 해병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요. 하는 말입니다. 전 육군인데도요. 그러면 전 얘기하죠. 그럼요.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이거든요. 하면 휘둥그레지면서 놀라는 일본 자위관... 왠지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슥거리곤하죠. 일본의 민간인들도 자위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카이헤이타이(한국말로 해병대)하면 다 알아들을 정도로 유명하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해병대를 신경쓰는 이유는 해병대라는 부대는 전략적인 공세를 위해서 존재하는 부대이기 때문이죠. 전세를 역전시키는 상륙작전을 위해서 존재하는 부대, 때문에 우리를 가상적으로 생각하는 국가는 전략적으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을 신경쓰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해병대라는 존재는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국방에 있어서 커다란 전략적 이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지난 얼마간 특수전 일반계시판에서의 그 소동을 지켜보고 참으로 안타까운 맘을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잠시 선임해병님의 인계사항으로 인해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한 이 소란은 영영 없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해병대를 비하하는 글에 대해서 리플한다거나 맞받아 치는 것이 원인이 아닙니다. 또 타부대를 비하하는 글을 올리는 것도 원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부대에 대해 자기부대가 어느 부대에 대해서도 최고다하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그 부대에 있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기만 본다는 것이죠. 자기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과 자기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로 틀린 생각입니다. 우리는 다같은 대한민국국군입니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재산을 지킨다는 똑같은 목적으로 존재하고, 그 구성은 결국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지원해서 왔다거나 징집되어서 왔다거나 하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해병대분들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타부대출신도 많이 그러는 오류이지요.
해병대 분들의 얘기중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우리는 특전사나 유디티를 같은 레벨로 생각하지 특공,수색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하는 얘기입니다. 그걸 뭐라하자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걸 입밖에 내는 것이 문제이죠. 전 그거야말로 해병대여러분들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너희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생각은 여러분의 가슴속에 여러분의 자부심과 함께 깊이 묻어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군대생활에 대해서 입밖에 내신적이 거의 없었다고 했었죠. 그게 제가 군대생활하고 부터 휴가받아 집에 내려가서 술을 같이 마실때 조금씩 조금씩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한테 왜 고등학교때나 육사다닐때는 그런 얘기를 한번도 안 하셨냐고 물어보았더니 뭐라고 하신줄 아세요? 해병은 해병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얘기한다. 하시던군요. 암만 힘든 훈련을 하고 뭘 했든 그걸 입밖에 내는 순간 그건 내것이 아니게 된다고요. 지금은 내 군대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경험담을 들려주시는 것뿐이라고요. 이런 말씀도 하시더군요. 술집에서 (저희 아버님 술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전 이것만큼은 유전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휴가나온 해병대 현역하고 시비가 붙어서 상처를 입으셨다고 합니다. 술에 취한 해병이 행패를 부리길래 타이르다가 시비가 붙었다고요. 그러자 옆에 있던 아버님 동료가 이분도 해병 출신인데 그럴 수 있어 하니깐 그분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전 생각합니다. 바로 이것이 해병여러분과 타부대 분들과 마찰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하고요. 만일 아버님이 첨부터 나 해병 몇긴데 하고 나갔다면 과연 그 해병이 그럴수가 있었을까요. 해병 출신분들 사회에 나와서 까지 영원한 해병으로 남는것은 정말 우리 육군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으로는 영원한 해병으로서 밖으로는 대한민국국군을 대표하는 정예군이라는 것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의 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국군의 해병대라는 것을요.
밑에 어느분이 말씀하시던군요. 우리는 어느 부대에게도 기백에서 꿀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특전사나 유디티나 타부대의 상급자를 만나도 경례를 하지 않는다라고요. 전투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계급이 위이지는 않지 않쟎습니까? 제가 있던 부대앞의 검문소의 해병헌병들도 타부대의 상급자들한테 절대로 경례하지 않더군요. 그래도 가끔씩 해병대소속의 차가 지나가면 귀신도 놀랄만큼 크게 경례하더군요. 전 해병대를 사랑하긴 하지만 결코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군대속의 해병대여야지 군대위의 해병대는 존재할수 없는거 아닙니까? 동생이 자기보다 힘도 없고 싸움 못하는 형이 있다고 그래서 니가 동생해 내가 인제부터 형 할테니까 그럽니까? 그래서 그 검문소소장(아마도 중사분이었죠?)에게 강군이 강군답게 행동해야지 이래서는 당나라군대보다 못하지 않느냐 하고 따졌죠. 그때 만일 그 이후로도 그 검문소에서 그렇게 했다면 전 해병대를 미워했을겁니다. 저도 아마 해병대를 비하하는 측에 끼어서 그 소란에 참가했겠죠.
그런거 하나하나가, 보이는 몇가지로 밖에 해병대를 판단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해병대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거 아닐까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 이런 구차한 표현은 쓰지 않아도 여러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 검문소의 해병들처럼 말이죠. 해병과 육군은 서로 돕고 공존관계에 있다. 이런말도 쓸데 없는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가족이기 때문이죠. 이런 분위기로 나간다면 우리 사이를 이간질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감히 범접 못하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임해병님의 인계사항은 필요가 없게 되겠죠.
특수전 일반 계시판은 모두를 위한 계시판입니다. 해병대 코너도 모두를 위한 계시판입니다. 그것이 디코의 취지가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해병대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하는 바램이고, 반대로 해병여러분도 자기가 있던곳이 아닌 다른 곳의 생활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병대는 해외에서(최소한 일본에서는..) 한국군대를 대표하는 부대입니다. 한국군대를 대표하는 부대답게, 정예군답게 여러분의 뜨거운 가슴속에는 최고라는 자부심을 간직하고, 겉으로는 결코 자만하지 않는 겸손하면서도 그 속에서 멋이 배어나올 수 있는 더욱더 강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해병여러분이 되어주시길 빕니다. (펌)
이상 일본에서 Oplanner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