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 2011.11.22 23:02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국가 전략기동부대로는 육군 1개 기동군단보다 해병대를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11회 해병대 발전 국제 심포지엄에서 육군 예비역 대령인 대학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막강한 화력을 갖춘 육군 기동군단과 해병대를 각각 국가 전략기동부대로 지정했을 경우의 장단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한 결과 해병대를 지정하는 것이 더 타당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해병대의 역할 및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던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도 지난해 말 해병대를 국가 전략기동군으로 발전시키고 병력과 장비를 대폭 증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6월엔 해병대사령부를 모체(母體)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방어를 책임지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됐다. 지난해 서북도서에 불과 12문밖에 없던 K-9 자주포도 3배 이상 늘었고, 처음으로 AH-1 '코브라' 공격용 헬기와 '구룡' 다연장 로켓도 배치됐다. 지난달부터 국군조직법, 군(軍)인사법 개정안 등이 시행돼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돼 해군본부로 통폐합된 지 38년 만에 해병대가 독립적인 지휘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변화로 꼽힌다.
그러면 이제 우리 해병대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는 데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고 말한다. 우선 경기도 김포지역 등을 방어하고 있는 해병대 2사단 등의 임무를 바꿀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병대는 기본적으로 최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방어용 부대가 아니라 유사시 북한지역에 상륙해 타격을 가하는 전략 기동타격 부대다. 그런데 현재 2개 사단과 1개 여단을 보유하고 있는 해병대는 이 중 1개 사단과 1개 여단이 최전선 경계를 맡으면서 발목이 잡혀 있다. 김포 지역 경계작전을 육군이 맡고 해병대 2사단은 후방으로 재배치돼 전략기동부대로 제 역할을 한다면 북한 도발에 큰 억제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평가다. 우리 해병대의 존재로 북한 8개 사단과 7개 여단이 우리 군의 상륙작전 대비에 묶여 있고, 전면전 때는 북한 4개 기계화군단과 1개 기갑군단의 전방 투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군내에서 '가장 춥고 배고픈 군대'로 불리는 해병대의 장비와 물자 보강도 숙제다. 해병대 1개 사단의 장비는 육군 1개 사단에 크게 못 미친다. 1999년 제1연평해전 직후 백령도에는 최신예 K-9 자주포가 육군보다 먼저 배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육군 출신인 조성태 당시 국방장관의 강한 의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또 현대적인 상륙작전에는 헬기가 필수적인데 해병대가 직접 보유한 헬기가 아직 한 대도 없고, 오는 2016년에야 도입될 상륙기동헬기의 관할권을 놓고 해군과 해병대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23일로 연평도 포격 도발 1주기를 맞는다. 1년 전의 희생과 상처가 헛되지 않도록 해병대의 진정한 변화와 발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