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균 인하대 객원교수·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얼마 전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과학전투훈련장(KCTC)에서 해병대가 치열한 전투 끝에 3참호 진입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7월 3일부터 3일간 진행된 전쟁체험훈련에서 해병1사단 71대대는 4시간 만에 대항군인 전갈대대의 완강한 저지를 뚫고 방어진지 1, 2, 3 참호를 차례로 점령했다. 이전에는 대다수 부대가 훈련 초기에 1참호도 점령하지 못하고 전갈대대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해병대 관계자는 “상륙작전 등을 통해 몸에 익힌 해병대만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과를 통해 우리의 해병이 세계 최강의 부대임이 입증됐고 다시 한번 ‘무적 해병’의 명예를 드높였다.
사실 나는 거리에서 8각모를 쓴 해병 군인을 볼 때마다 마음 든든하게 여기고 국가 방위에 대한 근심을 덜고는 한다. 8각모는 원래 미국 해병대의 모자를 본뜬 것이라고 한다. 태평양전쟁 때 미군은 유황도(일명 이오지마)에서 일본군의 난공불락의 요새를 뚫지 못하고 일곱 차례 실패한 후 여덟 번째 공격 끝에 승리를 거두고 유황도에 성조기를 꽂았던 실화에 근거해 7전8기의 정신을 상징하는 8각모를 고안했다. 물론 우리 해병의 8각은 신라시대 화랑도의 정신인 5계와 세 가지 금기를 포함한 8계의 깊은 의미도 지닌다.
또한 미국 해병대가 6·25전쟁을 계기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Once a Marine, Always a Marine.)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했고 우리 해병도 이를 본뜨고 있다. 건군 초기 우리 군편제와 복장을 채택할 때 미군 것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6·25전쟁에서 우리 해병은 미 해병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과시했다. 김성은 부대가 통영 상륙작전에서 북한군을 완전 섬멸했을 때 미국 뉴욕타임스의 마거리트 히긴스 특파원이 신문에 ‘Ghost-catching Marines’(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표제로 기사를 쓴 것이 귀신 잡는 사나이의 효시가 됐다.
또한 1951년 해병 제1연대가 도솔산 전투에서 적 1개 연대를 격멸하고 고지를 탈취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무적 해병’이라며 격려했던 것도 ‘무적 해병’의 어원이 됐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때 청룡부대 3대대 11중대가 추라이에서 월맹군을 섬멸하는 월남 전사상 유례없는 전과를 올리자 외신기자들이 ‘신화를 남긴 해병’이라는 표제로 보도했다.
그렇다. 이번 전쟁체험훈련에서 3참호까지 돌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귀신 잡는 해병’ ‘무적 해병’ ‘신화를 남긴 해병’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하고, 우리 군의 투철한 정신무장이 한층 더 요구되는 때에 무엇보다 해병대의 임전무퇴, 백전백승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 다 함께 목청껏 외쳐 보자. “한번 해병은 - 영원한 해병이다.”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