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길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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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는 지난 7·4 총기 사건으로 불거진 후진적 병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해 왔다. 특히
해병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곳, 해병대교육훈련단은 병영문화 혁신의 초석이 돼야 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먼저 교육훈련 방법과
훈련교관의 태도와 언행을 변화시키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전의 ‘하라면 해’의 무조건적이고 강압적인 교육에서 쌍방향 소통의 교육으로 바꾼 것이다.
일방향식 교육은 훈련병들과 교관의 소통을 막아 의문점이 있어도 질문하지 못하고, 훈련하는 이유도 모르며, 불합리한 명령과 처우에도 시키는 대로만
하는 혼이 없는 해병을 양산하게 된다.
쌍방향 소통의 창구를 연 이후 훈련병들은 언제나 교관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의사를
밝힌다. 교관들은 훈련병과의 대화를 통해 훈련의 목적을 이해시키고 동기를 부여한다. 훈련은 죽기 직전까지 하되 훈련교관은 훈련병과 끊임없이 눈을
마주치며 도전정신을 갖게 하고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이전에는 착용이 금지됐던 시계를 훈련 기간 중에도 계속 착용케
했고 다음날 있을 훈련에 대해 전날 훈련 내용과 시간 사용 계획을 알렸다. 스스로 시계를 보며 자기 주도적 시간관리를 하도록 훈련하기 위해서다.
훈련교관이 소리를 지르며 닦달하지 않되 규율을 어길 때는 엄중히 책임을 묻는다. 규율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되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해병대 교훈단은 뿌리의 문제를 바꾸는 데 경주해 왔으며, 신병 월 1개 기수 양성 또한 그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1973년 해병대사령부가 통·폐합되기 전까지 월 1개 기씩 양성했었기 때문에 38년 만에 해병대의 전통을 이어 간다는
뜻깊은 의미도 있지만, 그것만큼 가치를 지니는 것은 신 병영문화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데 있다.
그 첫 번째는
동기생 수가 증가함으로써 여러 동기와 함께 같은 부대에 배치되기 때문에 낯선 부대에서 서로 의지하며 부대생활에 적응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교육훈련 여건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기수씩 입대함에 따라 다음 기수가 입대하기까지 2 ~ 3주의
준비 기간을 갖게 된다. 이는 훈련병보다 늦게 쉬고 먼저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교관들의 여건을 고려할 때 누적된 피로를 풀고 완벽한 교육여건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간이다. 교육훈련의 질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지금 신 병영문화로 양성된 신병이
실무부대에 배치되면 이들에게 어색한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곧 그들이 신 병영문화의 씨앗을 뿌리게 되면 후임들의 얘기를 들어줄 줄
알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즐겁고 활기찬 병영문화의 꽃을 피울 것임을 확신한다. <국방일보 201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