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진)허태진 / 해병대지 41호
“해병대 아저씨,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우리는 부대 인근에 있는 복지시설을 찾았다. 도솔산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몹시 바쁘게 지나갔던 해병대사령부 군악대! 숨 가쁘게 달려온 2011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우리와 조금 다른 친구들을 찾아 길을 나섰다.
해병대사령부 군악대의 찾아가는 음악회, 연말연시 조금은 형식적인 방문처럼 보일 수 있기에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우리 대원들이 진심으로 그곳을 향했기에 우리의 마음이 친구들에게 제대로 전해졌으리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떨쳐내본다.
크리스마스를 앞 둔 겨울 행사의 첫 날, 그 곳에는 80여 명의 장애우친구들이 우리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특별히 그 날은 생일을 맞이하는 몇 명의 친구들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고 마치 우리들이 그 친구들의 생일 선물이 되어준 것 마냥 뿌듯하고 기분 좋은 연주회가 될 수 있었다.
‘두둥 두둥 쿵쿵’ 모듬북 공연으로 작은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북소리가 울리자 객석에 앉아있던 친구들의 작은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몸은 조금 불편한 친구들이었지만 각자 느낀 흥겨움과 즐거움을 자신만의 몸짓과 손짓 그리고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무대 위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연주대원들을 더욱 힘껏 독려하게 되었다. 무대 뒤에서는 공연을 진행하던 간부들과 친구들이 손에 손을 잡고 박수도 치고 작은 몸짓으로 흥겨워하며 즐거운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금관 5중주 연주가 있겠습니다. 이 악기는 트럼펫이구요, 이 악기는 트롬본, 이것은 호른, 이것은 튜바라는 악기입니다” 사회자의 설명과 함께 각 악기의 음색을 들려주고 연주를 이어갔다. 처음 보는 신기한 악기와, 그 특유의 음색을 듣는 그들의 표정은 마치 귀한 보물을 만지는 것 마냥 조심스러웠고 들떠 있었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했던 작은 강당 안이 조금씩 훈훈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 우리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무대였지만 우리 대원들은 그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연주를 이어갔고 친구들은 우리를 향해 힘찬 박수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이 감사함을 어떻게 되돌려 드려야 좋을까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건 우리인데 오히려 그들에게서 우리가 큰 힘과 격려를 받고 있는 이 먹먹한 감사함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
마지막 순서로 스윙밴드 대원들과 친구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함께 부르던 순간 자원봉사자 분께서 조용히 말을 전해주셨다. “애들이 평상시에는 잘 웃지도 않는데 이렇게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하는 것은 처음 보네요. 크리스마스 때도 와주세요” 자원봉사자 분의 감사 인사에 괜히 눈가가 시큰해졌다. 내가 느낀 감정을 이 자리에 함께했던 장병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늘 작은 것에 감사하던 나의 대원들이 오늘 누군가에게 그들이 가진 작은 능력을 통해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의 평범한 오늘 하루가 어느 누구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되고, 삶의 기쁨과 에너지가 되어주고 있었다. 지금 내가 대원들과 함께 나누는 이 작은 능력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우리는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즐겁게 사진도 촬영하고 그들의 생활관에 들러 이불을 털어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혹한의 겨울이 다가오지만, 우리 해병들의 가슴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시간이 될 때마다 많은 이웃을 찾아가 국민과 진심으로 함께하는 해병대 그리고 해병대 군악대가 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여야겠다. 오늘처럼 추운 겨울이 찾아오면 그들은 어느 겨울날 빨간색 이름표를 달고 있던 우리들이 불러준 노래를 흥얼거릴 것이다.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