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민 상병 / 해병대1사단
1133기 동기들아, 잘 지내니? 교육훈련단 수료하고 뿔뿔이 흩어진 동기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1월 3일, 이날이 무슨 날인지 잘 알고 있지? 바로 우리 1133기가 해병대에 입대한 날이잖아. 어느덧 우리가 입대한 지 1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아. 아마 너희도 그럴 거야.
훈련단에서 잠자리에 누워서 밖에 나가면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누다가 잠들곤 했는데 그게 벌써 1년 전의 일이고, 우리가 그렇게 높아만 보이던 상병이란 계급장을 달고 있다니 지금도 신기한 것 같아.
우리가 입대하는 날 하늘이 심술을 부려 교육훈련단에 힘들게 도착한 것 기억나지?
원래 예정은 오후 2시까지 훈련단에 도착해야 하는 건데 포항에 60년 만에 폭설이 내려 오후 6시까지로 연기되고, 입대하는 것도 힘들었잖아. 그때 부모님과 늦은 점심을 먹고, 자동차로는 훈련단까지 가지 못해 걸어 갔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어찌나 무겁던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군 생활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어. 훈련단 시절 너희가 나 보고 어리바리하다고 실무생활 잘해 나갈지 걱정된다고 그랬는데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어.
기온이 뚝 떨어지면 너희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는 훈련도 힘든데 날씨까지 추워 참 고생도 많이 했었지. 눈이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구슬땀이 나도록 제설작업을 하고 나면 또다시 눈이 쌓여 하늘이 원망스럽던 적도 있었지. 정말 훈련단 시절의 시작과 끝을 눈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훈련단 시절을 너희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서로 다른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가 훈련단이라는 낯선 환경에 한데 모여 있다 보니 너희와 처음에는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마지막 수료식 때는 백령도ㆍ연평도로 먼저 가는 동기들 배웅해 주면서 서로 실무 가서 생활 잘하라고, 나중에 기회 되면 꼭 만나자고 부둥켜안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울 정도로 정도 많이 들었지.
힘든 훈련단 시절이었지만 동기들이 있었기에 재미있었고, 웃을 수 있어 너희에게 참 고마웠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 1133기 동기들아, 우리 훈련단 시절 잊지 말고 남은 군 생활 멋지게 보내자. 1133기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