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지 7월호 글 / 이석구 육군준장 | 前 해병대사령부 합동작전조정관
육군 최초의 해병대 보직 장관급 장교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해병대사령부에는 이미 육·해·공군이 합동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이하 서방사)가 창설되어 합동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나는 2년간의 군단 작전참모 직책을 수행하고 백마부대 부사단장으로 보직됨과 동시에 서북도서방위의 중책을 맡고 해병대사(서방사) 합동작전조정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았다.우리 군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이후 군 간의 이해 폭을 확대하고 주요 작전 및 전술과 임무수행 노하우를 공유하여, 합동성을 강화하고 미래 합동군의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군간 교환근무제도를 연구해왔는데, 나는 육군 최초의 장관급 장교 군간 교환근무요원으로 선발되었던 것이다.(육군은 총 3명의 장관급 장교를 각각 해병대사/서방사, 해군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에 파견을 보냈고, 해·공군에서 각각 한 명씩 3군사령부와 1군사령부에 보직되었다.)
해병대사/서방사 합동작전조정관으로서의 나의 주 임무는 서방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해병대사령관 및 주요 직위자에게 합동작전에 대한 조언과 협조를 제공하는 Adviser 역할과 육·해·공군, 해병대간의 합동작전에 대한 Coordinator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해병대사/서방사의 합동군 선임장교로서 해당 구성원들에게 지상군의 특성과 능력 등에 대한 합동성 강화 차원의 교육을 실시하고 성공적인 작전수행을 보장하는 든든한 Supporter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다.(여담이지만, 나는 야전생활을 통해 해병대와 특히 인연이 많은 편이다. 소령시절 약 4년간 해병대 2사단과 인접해서 근무했으며, 중령 때는 2년 이상 해병 1사단 옆에서 해안방어 대대장을 수행했다. 그래서인지 자식 모두를 해병대 작전지역인 김포와 포항에서 낳았다.)
서북도서와 해병대
흔히들 말하는 서북도서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 우도 등 6개 도서를 주로 지칭하며, 해병대는 서북도 서 이외에도 강화도와 교동도, 볼음도 등 다수의 도서지역과 김포 북단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특히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전 이후 새롭게 태어나 이제는 서북도서방위사령부까지 창설했으며,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서북도서 방위를 괄목할 만큼 보강시키고 있었다. 때문에 1949년 4월 15일 해병대가 창설된 이래 최초로 보직된 육군의 장관급 장교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우선 해병대사 및 서방사 예하부대와 지원부대를 현장위주로 살펴보았다.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함한 서북도서까지 출렁이는 파도를 헤치는 쾌속훼리를 타고 가서, 다시 해군과 해병대의 RIB과 PKM/PKG등을 타고 인접도서 등을 방문했다. 부임 시점상 대부분 12월과 1, 2월의 칼바람을 맞고 다녔지만 1년 365일 이곳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해병대 장병들이 있기에 힘든 줄 모르고 다녔고, 특히 육군 특유의 현장위주 험블정신으로 가급적 해군 바지선에서 잠을 자고, 해병대와 해군의 기지 및 함선 내에서 식사를 하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그들과 함께하며 많은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다녀 본 해병대가 있는 도서지역은 어디나 해군 전탐레이다 기지와 공군 방공관제부대가 있었고, 육군에서 지원된 대포병레이다와 천마, 헬기부대 등이 함께 도서방어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섬 전체가 작은 합동부대나 다름없었다.대한민국은 우리 육군이 책임지고 있는 육지와 도서, 그리고 바다와 하늘이 있으며, 바다는 해군이 하늘은 공군이 책임지고 있다. 그 외에 가장 험한 서북도서지역은 해병대와 서방사가 책임지고 있다.해병대는 1949년 여순반란사건을 진압하러 출동한 해군이 실제 작전지역에 도착했지만 해군 자체능력으로는 해안방어와 실제 반란을 통제할 군부대가 없음을 절실히 느껴 선진국의 해군제도를 벤치마킹해서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이 창설한 목적군이다. 특히 해병대는 1973년에 사령부가 해체되었다가 1987년 재창설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해병대의 존립을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없어진다는 절박감이 상존하고 있다. 또 손원일 제독이 해병대 창설 당시 해병대는 전투위주로 꼭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돈이 많이 드는 것은 해군예산을 이용하라는 지혜까지 알려주었던 것처럼, 지금 해병대는 2012년에 처음으로 예산이 1조를 넘었지만 많은 부분 해군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해병대의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법률적으로 많이 보강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군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합동작전조정관 4개월이 남긴 것
해병대사/서방사의 합동작전조정관으로 지난 4개월을 더듬어 볼 때 근무 중 느낀 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첫째, 해병대 존재 자체의 절박감이다.우리 육군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존재 자체의 의미이다. 따라서 해병대는 어떠한 임무를 주더라도 다 스스로 하려고 한다. 다분히 능력을 초과하는 임무를 부여받더라도 존재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러한 절박감이 해병대의 무적신화와 싸우면 이기는 상승 해병혼을 이어온 것 같다. 서북도서 방어 임무와 해외 파병임무, 각종 지원임무 등 해병대에 주어진 임무는 능력을 초과해서라도 해병대가 맡으려는 데는 해병대 존재 자체의 절박감이 있기 때문이다.둘째, 서방사는 합참의 축소판인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작전사령부이다.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할 때 현관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군인들은 해병대를 포함한 합동군 참모들이다. 아침 상황회의를 포함한 각종 전투협조회의, 전술토의, 간부교육, 주간 및 월간회의를 포함한 각종 회의 시에는 해병대 단독회의는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육·해·공군을 포함한 합동군 회의로 진행된다. 합동작전조정관도 이미 해병대사/서방사의 지휘부 일원으로 사령관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와 접견에 주요 멤버로 반드시 참석하고 있고, 해병전우회 행사 및 해병대 창설일까지도 함께 참여하였다.셋째, 한미 해병대의 관계는 한미동맹의 가장 끈끈한 실체이다.역사적으로 한미 연합작전으로 이루어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한미 해병대의 끈끈한 관계는 60년 이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해병대사령관이 평시 한미연합해병대사령관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사령부내에 미 해병대 연락관 사무실이 별도로 있으며, 통역장교도 6명이 분주하게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업무적으로도 해병대사령부 작전계획 실무자들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 해병원정군 사령부와 계획수립단계부터 완성단계까지 긴밀한 협조 하에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많은 수의 실무자들이 미 해병대와 실무자 때부터 한미해병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또한 각종 공식·비공식 행사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으며, 최근 미 해병대 헬기를 무상으로 한국에 주겠다고 제의한 것도 한미 해병대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하나의 사실로 볼 수 있다.넷째, 해병대가 가는 곳에는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해병대 전우회가 기다리고 있다.해병대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전국 곳곳에 있는 해병대 전우회이다. 특히 지방에 행사차 가보면 해병전우회에서 자진해서 교통도 통제하고 각종 봉사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어 낯설지 않다. 이러한 해병전우회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포진해 있으며, 해병대 간부들이 해외출장 시에는 해외에 있는 해병전우회에서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좀 부럽기도 하다.다섯째, 해병대 간부들 학비의 반은 ‘덕산장학회’가 지원한다.역대 해병대사령관들과 해병출신 기업가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덕산장학회’에서 해병대 간부들의 외부 위탁교육과 각종 교육 지원업무를 전담한다. 특히 석박사 과정 지원 시 약 50%는 덕산장학회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여 해당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면 전액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여섯째, 해병대 간부들 중에 별거간부 들이 많다.해병대 간부들은 반드시 도서지역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 전·후방 교류와 더불어 내륙과 도서지역도 교류가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부득불 수년간 가족과 별거하는 간부들이 많다. 배가 하루 한 편밖에 없는 도서지역에서의 근무는 해외근무하고도 유사하다. 해군이 바다 한가운데 출항해서 가족과 떨어지고 공군이 출격대기로 퇴근 못하고 비행장 대기하듯이 육·해·공군, 해병대 모두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지만, 특히 해병대의 도서지역 근무는 육군의 GOP근무 이상으로 가족과 만나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합동작전 수행의 파트너로서의 해병대
2011년 10월 해병대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해병대 지휘관리 개선법률이 공식적으로 시행됨으로써, 해병대는 본격적인 군사력 건설과 독자적인 권한 강화를 위해 정진하고 있다. 해병대가 바라보는 육군은 대군으로써 벤치마킹의 대상이며, 통일의 주역이 될 지상에서 함께 전투하는 지상군이다. 해병대는 해군 함정을 이용하여 바다를 통해 목표지역에 상륙하는 상륙군 임무와 더불어, 필요시 공중으로도 해안 교두보를 확보하여 목표를 탈취하는 공지기동부대의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해군에 예속된 해병대의 특성은 육군과 더 유사하며, 육군의 지상작전 성공을 위해서도 긴밀히 협조하고 합동작전을 수행해야할 파트너인 것이다.현재 육군의 전후방 각지에서 수고하는 장병들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군, 공군과 더불어 해병대가 함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말고 통일의 그날까지 국가방위의 중심군으로서 합동군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육군지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