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방과학연구소 현궁체계개발단> 국방과학연구소는 무기를 연구개발하면서 각종 설계검토회의와 종합군수지원실무회의 등을 통해 소요군의 관련기관으로부터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연구 개발에 반영시키고 있다.
그러던 중 회의에 참석한 해병장교의 부대방문 요청을 계기로 해병대의 작전·운용개념을 이해하고, 해병대의 요구사항 및 정비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자료수집 등을 목적으로 지난 6월 말 해병부대를 방문하게 됐다.
필자는 국방과학연구소의 무기체계개발을 담당하고 있기에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K9 자주포가 고장으로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먼저 방문한 해병대사령부는 소수의 인원이 많은 종류의 무기체계를 관리하고 있어 완벽한 임무수행에 제한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백령도 해병부대를 찾았다. 우리 국과연 일행들은 유사 무기체계와 운용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예하부대 현장을 방문했다. 강한 비바람 속에 보이는 서해 최북단의 해안 진지에는 해병대 선배전우들의 조국수호 의지가 느껴졌다.
해병대원의 전투장비 운용실태를 확인한 우리는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싸워 이기는 천하무적 부대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무기체계 연구자로서 해병대원의 자신감 충만한 전투기상을 보며 이에 부합된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 그들의 결사항전 의지를 더욱 고양시켜야 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연구원 일행은 이번 방문으로 해병대의 전투력 운용개념과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방문을 마치고 복귀하려 했으나 강풍주의보가 발효돼 선박 운행이 중지되면서 부득이하게 3일간 더 체류한 후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러한 상황 속에 적이 도발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아찔한 생각과 연평도 포격도발이 떠올랐다. 주요 전투장비의 고장으로 인해 긴급 정비소요가 발생하게 된다면 적시적인 정비지원의 제한으로 임무수행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다.
필자는 이런 우발상황에 대비해 도서지역 부대의 정비부대는 육지의 정비부대보다 정비 능력을 보강해야 하며, 기상의 특성을 고려한 각종 수리부속 보유 수준도 증가시켜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해무·염무에 의한 장비의 수명을 감안해 보급주기를 단축하고 국토방위의 전략기동군인 해병부대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예산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우리 연구원들은 해병대의 특수 환경 조건을 반영한 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이 시대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항상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무기 개발에 전력투구해 그들의 창끝과 칼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마음속 깊이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