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대한민국 해병대 소령이다. 결혼 후 우리 부부는 늘 주말 부부였다. 결혼한 지 10년이 됐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지낸 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항상 떨어져 지내 온 것이다.
남편이 1년 과정의 해군대학에 입교하게 되자 이번만큼은 꼭 남편과 함께 지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어렵게 취직한 직장을 휴직한 채 이곳 자운대로 내려왔다. 해군대학에서는 학생장교 부인들을 대상으로 주부대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장교들에 대한 군사교육 못지않게 부인들의 소양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양과 인격을 갖춘 해군장교 부인상 구현’이라는 교육목표 아래 주부대학 과정을 개설했다고 한다. 매주 화요일 야간에 운영되는 주부대학이 처음에는 낯설어 참석을 꺼렸지만 남편의 권유로 입교하게 됐다.
입교식 날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과 강사진의 면면을 살펴보니 정말 교육 프로그램이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많은 학생장교 가족들과 만나 교제하며 우의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해병대를 위시한 육·해·공군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8개국의 외국군 장교부인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애환을 나누고 이해할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교육은 우리 군인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으로 총 12개 과목을 22회(1회 90분) 분으로 나눠 강의를 적절히 편성했고, 엄선된 강사들은 열정적으로 참석자 모두를 매료시켰다.
1~2주는 ‘건전가요 부르기’였는데 참석자들 간 어색함을 깨고 친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으며, 3~4주는 ‘가정의학’으로 응급처치법과 여성질환 예방법 등을 교육했는데 우리 모두에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했다. 5주차에는 ‘민족사’ 강의로 고리타분한 얘기려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조국의 역사와 민족의 얼에 대해 뜨거운 사랑을 일깨운 감동적인 강의로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6주차에는 부대 인근 사회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또 7~9주차에는 ‘아동심리 상담 및 생활지도’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자녀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기법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타군 선배장교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즈음 왜 이리 바빠? 대체 뭘 하고 지내길래?”라고 물었다. 나는 대뜸 “요즈음 해군대학에서 주부대학 과정을 다니고 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선배부인이 “주부대학? 멋지다, 부럽네!”라고 말했다. 선배장교 부인의 부러워하는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기분이 우쭐해지기도 했다.
해군대학 주부대학 프로그램은 남편이 군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냈던 나에게 남편의 직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우리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교육에 참여한 부인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우정을 쌓을 수 있었고 장교부인으로서의 소양과 인격 함양을 통해 해군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는 군인 가족 모두가 진정으로 나라사랑의 한마음을 가질 수 있어 너무 자랑스러웠다.
<임재란 해군대학 해병대 노덕수 소령 부인 >
<자료출처 : 국방일보 200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