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태평로] 백령도의 해병대 장병들 / 이동한논설위원
얼마 전 백령도 해병대 부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가 보고 싶었는데 마침 1박2일 안보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했다. 인천항에서 항로(航路)로 205㎞ 떨어진 백령도는 쾌속선으로도 3시간40분 걸렸다. 우리나라 서북단의 섬인 백령도는 북한 장산곶과 불과 17㎞ 떨어진 접적(接敵) 지역으로 해병대 6여단이 지키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넷째 크기의 섬으로 주민등록 인구는 5400여명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백령도 포병중대에는 대기포라는 게 있다. 언제든지 5분 안에 사격할 수 있도록 포 안에서 상시 대기하는 게 임무다. 대기포로 지정되면 전투복과 방탄복을 착용하고 24시간 포와 함께 지내야 한다. 비사격 훈련은 수시로 이뤄진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백령도의 K-9 자주포 포병부대는 몇 배 증강됐다. 현재 최고참 병장들은 연평도 도발을 보고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복수하겠다"며 해병대에 자원한 젊은이들이다. 해병대 포병은 신병교육과정 7주를 마치고 포병교육과정 3주를 더 받아야 한다. 포병중대에 배치되면 탄약을 옮기는 일부터 시작한다. 40㎏이 넘는 포탄은 일반인은 들기만 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포탄을 자유자재로 옮기는 병사들을 보면서 대견하고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에도 몇 차례 실시하는 전투배치 훈련 때는 15㎏짜리 통을 양손에 들고 산비탈을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 포탄을 옮기는 일이 익숙해지면 포탄을 장전하는 포수로 올라간다. 처음 포탄을 장전해 첫 사격을 하는 날은 포병중대에 배치돼 겪은 그간의 고생을 한꺼번에 털어낼 만큼 기분이 좋다고 한다. 포수 다음엔 부사수가 됐다가 사수로 올라간다. 중간에 조종수를 거치기도 한다. K-9의 사격 필수요원은 5명이지만, 안정적으로 포탄과 장약을 공급하기 위해 7~8명 단위로 부대를 편성한다고 한다.
백령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84m에 자리한 경계초소에서는 장산곶이 바다 건너로 마주 보였다. 병사들은 한 번에 2~3시간씩 하루에 6~9시간 경계근무를 선다. 밤근무도 매일 한두 번씩 한다. 병사들은 같은 지역에서 몇 개월씩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바다의 조그만 변화도 알아챌 수 있다. NLL이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있고, 초소 앞바다를 지나는 배가 북한 경비정인지 북한 어선인지 중국 어선인지 구별하는 건 기본이다. 경계병들이 긴장할 때는 바다에서 부유물이 관측되는 경우이다. 침투하려는 북한군일지도 모르고 귀순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어선이 NLL을 넘어오는 일도 잦다고 한다. 밤근무 때 부유물이 관측되면 더욱 긴장해야 한다. 사소한 불빛과 소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백령도에서는 매일 사격 훈련이 벌어지기 때문에 총포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백령도는 섬 전체가 요새였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은 "(북한에) 연평도는 '목구멍의 비수(匕首)'이며 백령도는 '옆구리의 비수'"라고 표현했었다. 연평도와 백령도를 '비수'로 만들고 있는 것은 해병대다. 해병대 장병들이 해병대를 택한 과정은 본인의 의지, 아버지의 권유, 해병대 출신 선배의 영향 등 조금씩 달랐지만 해병대로서 자부심은 한결같았다. 해병 6여단은 부대 방문 기념으로 해병대 상징인 팔각모와 '빨간 명찰'을 건넸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27/20120827023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