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예술가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 이별과 만남, 땀과 고뇌, 열정과 고통, 그리고 인간성의 승리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를 표출하는 창조적 소재를 찾아 저잣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인생의 밑바닥에 내려가 보기도 하며 극한 상황 속에 자신을 내던지기도 한다. 그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소재를 찾아 헤맸을까?
만일 셰익스피어가 2004년 오늘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방문한다면 그 과정이 좀 더 쉬울 것이다. 예술가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모든 소재가 바로 이곳,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가입소하는 날이면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게 눈물을 자아내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연인 사이의, 친구들 사이의 가슴 아픈 이별 장면이 등장한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얼굴, 서로 껴안고 마지막 감정을 추스르는 연인의 모습, 입대 장병의 어깨에 올린 친구의 손은 한 편의 화폭으로 담기에도 충분히 감동적인 장면들이다.
고된 해병대 훈련을 통해 인간의 한계 상황에 직면한 젊은이들의 일그러진 표정 속에는, 그러나 결코 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위대한 인간정신을 엿볼 수 있다.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인간 성장의 드라마가 위대한 작품들의 고유한 골격이라면 여기 바로 그런 드라마가 있다.
6주간의 고된 훈련을 통해 그들은 인간 성장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남들과 비교해 별다를 바 없던 그 평범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들로 거듭나는 것이다. 인류의 진보라는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던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이보다 더 적합한 소재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나는 감히 주장한다. 셰익스피어가, 고흐가, 베토벤이 이 젊은이들과 함께 6주만 지낼 수 있었다면 그들은 최고의 소재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록 셰익스피어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소한 해병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위대한 예술품을 창조하는 과정에 있다. 나는 오늘도 입을 악다물고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이 멋진 해병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어떤 예술품을 대할 때 못지않은 진한 감동을 느낀다. 〈대위 박종석 해병대 교육훈련단〉
<2004년 6월16일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