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윤 해병대 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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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 4㎏의 총도 자유자재로 돌리는 힘. 대한민국 군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이에 걸맞은 체력과 용모, 그리고 투철한 군인정신을 갖고 있는 장병들이 모인 의장대는 대한민국 군 전체의 기강을 보여주는 부대다. 내가 바로 그중에 한 명, 계룡대근무지원단 해군·해병대 의장대원이다.
군 입대 전 나는 호주 유학생이었다. 11년 동안 호주에서 살았기 때문에 호주 영주권 취득 대상자였다. 그리고 병역기피를 위해 한국 국적까지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아버지께서 내가 해병대에 입대하기를 간절히 바라셨고, 군 생활 2년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아버지께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된 해병대원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울분을 토하셨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국 2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해병대 입대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 훈련소 입소식에서 본 해병대 의장대의 절도 있는 동작들은 군기의 총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와 의장대의 인연은 시작됐다. 계룡대근무지원단 의장대는 해군과 해병대가 함께 생활한다. 해군과 해병대의 화합과 협동심을 중요시하면서도 끊임없는 경쟁이 안에 감춰져 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을 바탕으로 집중 훈련이 이뤄지고 의장행사에서 비로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의 임무는 다양하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군의 날 사열행사, 핵안보 정상회의, 여수 엑스포와 같은 외국 귀빈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의장시범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의장대가 군의 최일선에서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우리 의장대의 위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단 한 번의 행사를 위해 우리들은 3개월 이상 함께 땀을 흘리며 피나는 훈련을 한다. 나는 끊임없는 훈련 속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성숙했다. 지금은 과거 병역기피까지 생각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종종 군대를 왜 갔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면 나는 그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해병 의장대원이고 오직 명예와 자부심으로만 먹고 산다고.
<국방일보 201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