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규.jpg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근속 30년을 맞았다. 옛말에 세월은 유수 같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젊은 시절 해병대가 좋아 시작한 군생활, 어느덧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지난날의 힘든 세월을 말해 주듯 처음 해병대 부사관으로 임관할 때 새까맣던 머리가 어느새 흰머리로 변했고 얼굴에는 계곡처럼 깊은 골이 파였다.

오른쪽 가슴에는 근속 30년 휘장이 말없이 그간의 인내와 군을 위해 바친 나의 시간을 위로하듯 반짝이고 있다.

군생활을 돌이켜 보면 수많은 선배와 후배, 그리고 장병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그들에게 힘을 주기도 했고 나 역시 큰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의 젊은이들은 정신력과 체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요즈음 젊은이들도 나와 똑같이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젊은이들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면이 있으면 그 몫은 나와 같은 부사관과 장교의 지도 하에 채우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입대하면서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이 부족함을 통탄하며 포기하는 마음을 갖지 말기 바란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만큼의 보람으로 채워진 해병 부사관으로서의 생활. 30년 동안 나름대로 체득한 군생활 즐기기 3계명이 있다.

첫째, ‘미쳐라’. 모든 일에 미쳐 열심히 하면 시간과 즐거움이 따라온다. 둘째, ‘즐겨라’.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면서 행하면 웃음이 넘치고 스스로 행복해진다. 셋째, ‘뛰어라’. 다른 사람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고 발 닿는 데까지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경청하며 손으로 만져 보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하다 보니 어느덧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나 자신도 이러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입대하는 모든 젊은이와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근무하는 후배들도 나름대로의 신조를 가지면 2년, 아니 20년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것이라 믿는다.

군생활 30년.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처럼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는 해병대 부사관으로 명예와 신념 속에서 그 어떤 유명인보다 정직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며 무명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초심으로 돌아가 군화 끈을 다시 졸라매고 내가 해병대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찾아내 행동으로 실천하며 군생활이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선배로 후배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국방일보 2004.12.03 원사 이명규 해병대흑룡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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