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호 상병(해병대2사단) /국방일보 2010.10.01
해병대가 되기 위해 그 많은 땀과 눈물을 훔치며 지금까지 견뎌왔는데. 이제는 오기도, 고집도 아니다. 단지 나를 향한 위기에 당당히 맞서 싸우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배운 해병대 정신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대별 축구경기 도중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네. 현실을 직시하게. 이런 몸으로는 해병대 포병으로서의 임무수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본인 스스로도 많이 힘들 것이다. 차라리 의병전역으로 일찍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네.”
의병전역 권유를 거절한 나를 의아해하는 군의관을 뒤로하고 문을 나섰다.
당시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터라 의병전역이라는 말에 조금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왠지 달콤한 유혹을 좇다 더 값진 것을 놓치는 것만 같았다.
그날, 지난 1년 남짓한 군 생활을 되짚어 봤다. 희한하게도 지린 땀 냄새만 기억나고, 그런 땀 냄새가 그리웠다. 알코올 향이 밴 차가운 병동에서 미치도록 땀 냄새를 맡고 싶었다.
수술 후 휴가를 받아 집에서 재활운동을 하며 해병대에서의 땀 냄새를 계속 되뇌었다. 그리고 미치도록 그리웠던 땀 냄새나는 부대원들과 다시 만났다. 중대장님은 “해병은 결코 뒤에 전우를 남기지 않는데, 너를 뒤에 남겨 놓은 것 같아 힘들었다. 고맙다”며 반겨주셨다.
중대원들은 성치 않은 몸으로 복귀를 선택한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해병대원으로서 ‘정도’를 걷는 것이라고 격려해 주는 것만 같았다. 사실 나도 그들이 내 입장이었어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남자로서 일생에 한 번뿐인 군 생활, 이제는 즐기고 싶다. 나를 그리워하고, 내가 그리워한 해병대에서 진정한 남자의 향기를 맡으며, 어떠한 고난도 당당히 맞설 것이다.
지금 나는, 원래 직책인 포반장의 임무를 후임에게 넘기고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부대는 여전히 진한 땀 내음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