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고 슬펐던 대방동 여정
임종린(20대 해병대사령관)
대방동에 해 떨어지고
가로등에 불 밝혀지면
바쁜 행렬은 붐비기만 했었다
신바람 몰고 온 길거리는
네온사인 반짝이며
황홀한 불빛으로 쌓였지만
휘청거리는 팔각 모 사나이
해 저물면 어둡기만 했던
괴롭고 슬펐던 신작로의 추억들 …
목마름 추기는 대폿집에서는
집 잃은 나그네들 모여 앉아
한탄 섞인 푸념만 내뱉었다
세월 속에 퇴색된 빛난 전통과 역사
여정의 숨결은 김 빠진 맥주처럼
힘 되어 솟지 않아 점점 식어갔고
구수한 대방동 블루스가
거리에 흘러 퍼지면
세월의 무상함도 잊은 채
콧노래 부르며 대방동의 밤 지새며
혹시나 밝아 올 내일을 애타게 기다렸다
보금자리 잃고 방황했던 20년간 대방동여정
누구 잘못인지 삽시간에 판도라의 상자로 변해
바보도 아니면서 바보짓을 해야 했고
조직력과 단결력이 허물어지기에 이르렀으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괴롭고 슬펐던 대방동여정
어떻게 보면 몸서리쳐서 생각조차 하기 싫어지지만
잊어서는 안될 뼈 속에 사무치는 기억해야 할 여정이니
빨간 명찰 달고 팔각 모 같이 썼던 해병대전우들이여!
우리 다같이 똘똘 뭉쳐서 다시는 그와 같은 괴로웠던 여정을
걸어가지 않도록 뭉치고 단결 더더욱 모군 해병대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