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연평도 2년 전 그날을 잊었는가 / 2012,11,22

 

2년 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 군이 13분 뒤 K-9 자주포로 대응 포격을 했지만 170여 발의 포탄이 연평도 곳곳에 떨어져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땅을 겨냥한 북의 포격도발이었다. 지금도 연평도 곳곳에는 불타버린 민가를 비롯해 그날의 상처가 남아 있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했지만 북한의 도발 야욕은 변함이 없다. 김정은은 8월 연평도에서 불과 8km 떨어진 장재도 포진지를 찾아 “우리 지역에 단 한 발의 포탄이 떨어져도 지체 없이 섬멸적인 반(反)타격을 가하라”고 북한군에 지시했다.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전에 참여했던 무도 기지도 방문했다. 올해 5∼8월 서해안의 초도에서 실시한 상륙훈련, 공격헬기 50여 대 최전방 배치, 황해남도 용연군 고암포에 들어선 공기부양정 기지는 북한의 기습도발 징후를 보여준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8개월 전인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앞바다에 잠수정을 침투시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공격했다. 군은 해군 전사자 46명의 혼령 앞에 “적이 대한민국의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면 백배 천배 응징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연평도 기습공격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 내일로 다가온 연평도 2주기는 북이 도발할 경우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는 우리에게는 서해를 지키는 불침(不沈)의 전함과 같지만 북한에는 옆구리를 파고들어 온 비수다. 김정은은 NLL 무력화 공세를 펴는데 대선후보들이 서해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유약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5·24 대북제재 조치까지 해제하겠다고 한다. 김정은을 달래서 평화를 구걸한다고 진정한 평화가 가능할 것 같은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연평도 포격 2년을 맞아 오늘날 한국이 처한 안보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전협정 이후 우리가 이룬 자유와 번영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피와 땀으로 쟁취해 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 어떤 후보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오늘도 대한의 건아 해병대 장병들은 칼바람 속에서 연평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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