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1월 6일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 한·미 해병 병력 8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사단급 상륙훈련이 실시됐다. 이날 훈련에는 우리 해군의 독도함(1만8천 톤급)을 포함한 함정27척과 각종 항공기 30여 대, 상륙돌격장갑차(KAAV)70여 대 등 각종 상륙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입체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훈련을 통해 우리 해병대(ROKMC)는 지난 2월 창설된 연합해병 구성군사령부의 지휘통제능력을 향상하고 고도의 합동성과 통합성, 동시성이 요구되는 상륙작전능력을 배양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본진의 상륙을 엄호하기 위한 적진 후방 및 측면 주요 목표에 대한 공중강습 및 타격·점령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습헬기 도입, 공기부
양정(LSF) 추가 확보 등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 왜 상륙전인가?
흔히 상륙전은 가장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으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이나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1950년) 등 상륙전을 통해 전세가 뒤바뀐 예는 수없이 많다. 적의 후방 혹은 적의 측면을 돌파하는 상륙전은 성패 유무에 따라 전쟁을 향방을 한순간에 뒤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갖고 있으며 상륙전이 가장 극적인 군사 작전으로 평가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상륙전을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계획되고 시도되어 왔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최악의 상륙작전으로 기록된 갈리폴리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상륙작전을 통해 적의 후방 지역에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작전계획은 많은 지휘관과 군사 전략가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그 결과 미 해병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륙전 장비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전략 및 전술 핵무기의 등장으로 인해 한때 상륙전 자체가 경시되기도 했으나 최신 장비의 개발과 초수평선 공격(overthe horizon assault)과 같은 새로운 작전 개념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상륙전의 중요성은 배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해병대에 의한 상륙전이 단순히 적의 저항을 분쇄하고 상륙하여 교두보를 만드는 해안공격 개념에
머물렀다면 미래의 상륙전은 수평선 너머에서 발진한 해병대가 적의 해안 방어선을 초월하여 내륙 깊숙이 진격,
승리의 쇄기를 박는다는 공세적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 해병대의 가치와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왜 해병대인가?
최첨단 무기의 등장과 기갑 및 기계화보병부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해병대는 21세기 미래전장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전투부대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이유를 해병대 고유의 상륙전 수행능력에서 찾기도 하지만 해병대의 진정한 가치는 어떠한 작전 환경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대응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해병대는 단위 제대별로 특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임무 특성상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미 해병대가 보여준 내륙 진격능력을 단순히 해병대의 높은 사기와 해병정신 정도로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위상이 단순히 경제능력이나 국민소득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력혹은 국가 위상은 현실적인 힘(status quo) 특히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세계적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존재는 국가 위상을 재고할 수 있는 훌륭한 카드가 될 수 있다. 21세기 급변하는 국제 안보환경하에서 소수 정예를 특징으로 하는 해병대는 새롭게 요구되는 신속대응군 혹은 국가전략기동군으로서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게는 한반도 및 주변에서 국가의 이익이 걸린 군사적 긴장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병대는 가장 적절한 대응수단이 될수 있을 것이며 평시 우발작전, 대테러작전, 재난구조,평화 유지 등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외의 작전(MOOTW)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
▶상륙전을 위해 필요한 장비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적 상륙전을 위한 연구를 통해 그 개념이 점차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문제는 바로 상륙전 수행을 위한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그나마 기존의 장비들조차 대부분 부적합한 것들이었다. 미 해병대는 단순히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1922년부터 매년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상륙전 교리개발에 노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1924년 미 해병대의 요구로 등장한 상륙주정(LCP/LCVP)과 상륙용 수륙양용 트랙터(LVT)는 현대 상륙작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로 평가 받는다. 현재 미 해병대의 AAVP7A1 및 우리나라 해병대의 KAAV7A1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등장한 상륙용 수륙양용 트랙터(LVT)의 연장선상에 있는 장비다.
현대적 상륙작전을 정립하고 상륙돌격에 적합한 무기체계를 개발해 체계화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미 해병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LSD와 LPD로 양분되는 현대적 개념의 상륙함을 최초로 건조한 국가는 바로 일본이었다. 1933년 일본 육군은 신슈마루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송선을 건조하는데 이 군함은 현대적 개념의 LSD와 LPD의 선구자로 불린다. 미 해군이 1943년이 되어서야 LSD를, 1960년에야 비행갑판을 갖춘 LPD를 건조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시대를 앞서간 신슈마루의 존재는 놀랍다.
최초의 해병 헬기 상륙돌격은 미 해병대에 의해 1948년 1월에 실시되었으며 이후 헬기는 상륙전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장비 중 하나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헬기 및 MV-22와 같은 항공 세력은 해병대의 원거리 전개 및 강습에 필수불가결한 무기체계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로 현대 상륙전을 전개함에 있어 항공 세력의 존재유무는 작전 성패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병대나 해군에 독립된 수송헬기 전력이 필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008 해병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