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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구 가천의과대학 총장

연평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조기 파시(波市)'와 대중가요 '눈물의 연평도'쯤이다. 우리 세대 대부분이 비슷할 게다. 파시가 열리는 때면 한몫 잡으려고 뭍에서 온 사람들로 작은 섬마을이 저잣거리로 변하고 밤엔 육자배기 장단으로 불야성을 이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이제 그 연평도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가수 조미미가 불렀던 눈물의 연평도 역시 TV '가요무대'에나 오름직한 흘러간 옛 노래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까마득한 '눈물의 연평도'가 정말 현실이 돼 돌아왔다. 온 나라를 뒤흔들 만큼 커다란 눈물이 돼 우리와 부닥뜨린 것이다. 그것도 2명의 해병대 젊은 병사와 2명의 민간인 시신과 함께 처참한 몰골을 한 채 다가왔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회의 중간에 TV에서 본 불타는 연평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백주에 대한민국의 평화로운 섬이 불에 타고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전율이 일었고 느닷없이 엄습해오는 전쟁의 공포에 아연 긴장했다.

 나는 해병대 대위 출신이다. 관측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해 정글의 전장터를 누볐다. 전우들의 숱한 부상과 죽음을 목도했다. 등 위에서 죽어가는 전우를 둘러업고 어떻게라도 살리려고 수송 헬기를 찾아 포화 속을 줄달음 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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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참전수당을 받고 있는 노병이지만 정부에서 주는 이 작은 수당이 제일 자랑스럽다. 조국에 대한 나의 충성심과 이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뿌듯해서다. 한 달에 한 번 맛보는 옛 정예 해병의 기억이 여간 기쁘지 않다.

 그래서 나는 TV에 비친 포연 가득한 연평도를 지켜보면서도 우리의 자주 국방과 이 땅의 해병대를 믿었다. 먼 이국땅에서도 그리 용감하게 싸웠는데 조국의 영토가 저리 불타고 있으니 가만있으랴 싶었다.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제 나라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곧 자막에 '우리 군, 자주포 80여발 대응 사격'이라는 글이 떴고 나는 여느 날보다 더 굳은 마음으로 다시 일상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철저한 응징은 물론 대등한 응징조차 없었다. 그 엄혹한 상황에서 우리에겐 자주포 4문밖에 없었다. 북한 해안포 진지에서 170여발의 포탄이 3시간 넘게 그것도 1, 2차로 나눠 연평도를 공격했다는데 우리의 자주국방은 고장난 자주포까지 합쳐 12문이 전부였다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연평도 인근 백령도 앞바다는 불과 7개월 전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의 수병들이 산화한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슬픔의 바다 아닌가. 또 지난 1999년과 2002년에는 '연평해전'이라는 이름으로 잇단 승전보를 역사에 새긴 격퇴의 바다이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위험지역에 자주포 12문의 해병대는 도대체 무엇이며 엊그제 46명의 전우를 잃고도 쳐다보기만 한 해군의 행동은 또 무엇인가. 서해 5도 상공을 맴돌던 공군은 또 어떠했는가. 자국 국민이 적에게 공격당했다면 준 전시상황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교전수칙을 암송하고 그 자구에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민병대 수준이다. 자국의 영토가 불바다가 되고 있는데 육·해·공군의 입체적인 대응은 고사하고 이를 통합해 움직일 지휘부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었다.

 전쟁은 가능하면 피해야 할 위험하고 두려운 재앙이다. 나 역시 북한과 전면전으로 확전이 돼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전쟁을 두려워 하고 전면전으로 확산될까 몸을 사리는 모습으로는 결코 이 땅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확고한 응징의 힘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어쩔 수 없는 노병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이 난에 '노병(老兵)의 편지'를 띄운 적이 있다. 하나, 작은 마음을 보태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다. 그 통한의 서해 5도 바다 위에 또 다시 젊은 넋을 보탰으니 차마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담화에서도 밝혔듯이 어려울 때 백 마디 말보다 국가가 행동으로 보여야 국민이 믿고 안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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