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01_172301363.jpg

송석구 가천의과대학 총장

연평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조기 파시(波市)'와 대중가요 '눈물의 연평도'쯤이다. 우리 세대 대부분이 비슷할 게다. 파시가 열리는 때면 한몫 잡으려고 뭍에서 온 사람들로 작은 섬마을이 저잣거리로 변하고 밤엔 육자배기 장단으로 불야성을 이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이제 그 연평도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가수 조미미가 불렀던 눈물의 연평도 역시 TV '가요무대'에나 오름직한 흘러간 옛 노래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까마득한 '눈물의 연평도'가 정말 현실이 돼 돌아왔다. 온 나라를 뒤흔들 만큼 커다란 눈물이 돼 우리와 부닥뜨린 것이다. 그것도 2명의 해병대 젊은 병사와 2명의 민간인 시신과 함께 처참한 몰골을 한 채 다가왔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회의 중간에 TV에서 본 불타는 연평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백주에 대한민국의 평화로운 섬이 불에 타고 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전율이 일었고 느닷없이 엄습해오는 전쟁의 공포에 아연 긴장했다.

 나는 해병대 대위 출신이다. 관측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해 정글의 전장터를 누볐다. 전우들의 숱한 부상과 죽음을 목도했다. 등 위에서 죽어가는 전우를 둘러업고 어떻게라도 살리려고 수송 헬기를 찾아 포화 속을 줄달음 친 적도 있다.

차승원 “다른 맛의 악역 선보이겠다”
<iframe id="minervaad" name="minervaad" marginwidth="0" marginheight="0" src="/include2009/ad/cossen.html" frameborder="0" width="100%" scrolling="no" height="110" topmargin="0"></iframe>
<iframe id="roll1" name="roll1" marginwidth="0" marginheight="0" src="/include2009/ad/left_thumb_roll1.html" frameborder="0" width="100%" scrolling="no" height="110" topmargin="0"></iframe>
지드래곤ㆍ탑, 12월 듀엣 음반 발표
배우 김민희-이수혁 커플, 결별
<iframe id="roll1" name="roll1" marginwidth="0" marginheight="0" src="/include2009/ad/left_thumb_20101015.html" frameborder="0" width="100%" scrolling="no" height="110" topmargin="0"></iframe>

 지금은 참전수당을 받고 있는 노병이지만 정부에서 주는 이 작은 수당이 제일 자랑스럽다. 조국에 대한 나의 충성심과 이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뿌듯해서다. 한 달에 한 번 맛보는 옛 정예 해병의 기억이 여간 기쁘지 않다.

 그래서 나는 TV에 비친 포연 가득한 연평도를 지켜보면서도 우리의 자주 국방과 이 땅의 해병대를 믿었다. 먼 이국땅에서도 그리 용감하게 싸웠는데 조국의 영토가 저리 불타고 있으니 가만있으랴 싶었다.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제 나라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곧 자막에 '우리 군, 자주포 80여발 대응 사격'이라는 글이 떴고 나는 여느 날보다 더 굳은 마음으로 다시 일상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철저한 응징은 물론 대등한 응징조차 없었다. 그 엄혹한 상황에서 우리에겐 자주포 4문밖에 없었다. 북한 해안포 진지에서 170여발의 포탄이 3시간 넘게 그것도 1, 2차로 나눠 연평도를 공격했다는데 우리의 자주국방은 고장난 자주포까지 합쳐 12문이 전부였다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연평도 인근 백령도 앞바다는 불과 7개월 전 천안함 폭침으로 46명의 수병들이 산화한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슬픔의 바다 아닌가. 또 지난 1999년과 2002년에는 '연평해전'이라는 이름으로 잇단 승전보를 역사에 새긴 격퇴의 바다이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위험지역에 자주포 12문의 해병대는 도대체 무엇이며 엊그제 46명의 전우를 잃고도 쳐다보기만 한 해군의 행동은 또 무엇인가. 서해 5도 상공을 맴돌던 공군은 또 어떠했는가. 자국 국민이 적에게 공격당했다면 준 전시상황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교전수칙을 암송하고 그 자구에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민병대 수준이다. 자국의 영토가 불바다가 되고 있는데 육·해·공군의 입체적인 대응은 고사하고 이를 통합해 움직일 지휘부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었다.

 전쟁은 가능하면 피해야 할 위험하고 두려운 재앙이다. 나 역시 북한과 전면전으로 확전이 돼도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전쟁을 두려워 하고 전면전으로 확산될까 몸을 사리는 모습으로는 결코 이 땅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확고한 응징의 힘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어쩔 수 없는 노병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도 이 난에 '노병(老兵)의 편지'를 띄운 적이 있다. 하나, 작은 마음을 보태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다. 그 통한의 서해 5도 바다 위에 또 다시 젊은 넋을 보탰으니 차마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담화에서도 밝혔듯이 어려울 때 백 마디 말보다 국가가 행동으로 보여야 국민이 믿고 안심하는 법이다.

TAG •

  1. 귀신 잡는 해병…그들은 강했다

    신창대 중령 육군35사단초사에서 굴원은 ‘신목자필탄관(新沐者必彈冠), 신욕자필진의(新浴者必振衣)’라 했다. ‘머리를 감은 자는 갓을 쓰기 전 갓의 먼지부터 떨고 쓰고, 목욕을 한 자는 옷을 입기 전 옷의 먼지부터 ...
    Date2010.12.19 Views2498
    Read More
  2. 서해 해병대는 억제전략의 시발점

    김태준 한반도 안보문제연구소장 손자는 아군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전쟁을 준비하는 오사(五事 : 道天地將法)를 제시했다. 이중에서 지(地)는 지리(地利)에 관한 방책을 제공한다. 좁은 수로라는 지리적 이점을 잘...
    Date2010.12.17 Views3079
    Read More
  3. No Image

    해병대와 ‘육두문자’

    이용우 토론토 통신원 칼럼 해병대원에게는 ‘곤조’(根性-근성)라는 게 있다. 평소엔 온순한 듯하지만 한번 성깔이 나면 무섭게 돌변한다. 특히 먼저 얻어터지고 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다. 그 몇 배로 되갚아 준다...
    Date2010.12.11 Views1993
    Read More
  4. 연평도포격 한 장의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

    김시정소령(해군1함대) 이 사진은 지난 연평도 포격도발과 관련해 지금까지 각종 언론매체에서 가장 많이 게재한 대표적인 사진 중의 하나다. 이 사진이 이 같은 대표성을 띠는 것은 포탄 파편이 튀고 불길이 번지는 ...
    Date2010.12.09 Views2647
    Read More
  5. 해병대의 특수목적軍 역할 강화 방안

    김종하 /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 · 군사학 2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육군과 해군에서 특전사와 해병대를 각각 차출해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4군(軍)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해병대를 별도의...
    Date2010.12.03 Views2632
    Read More
  6. No Image

    [사설] 전략부대 전제조건은 해병대 독립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육성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해병대 병력과 장비를 강화해 기존 임무 외에 신속대응군 역할을 부여, 북한 급변사태 때 다목적 기동타격 임무를...
    Date2010.12.03 Views2528
    Read More
  7. 용감하게 대응한 자랑스러운 해병

    김태준 국방대 명예교수 북한은 지난달 23일 해안 포와 방사포로 연평도에 무차별 공격을 했다. 이 때문에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으며 가옥 수십 채가 불탔다. 피격 13분이 지난 뒤...
    Date2010.12.03 Views2031
    Read More
  8. 연평도의 영웅들

    성 동 민 경기대 문예창작과 교수 문학박사 “조기를 담뿍 잡아 기폭을 올리고/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오나/수평선 바라보며 그 이름 부르면/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 이미자 씨가 부른 ‘눈물의 연평도...
    Date2010.12.02 Views2067
    Read More
  9. 인천상륙작전(한시) - 정채호

    <해병대지 36호에서>
    Date2010.12.01 Views1616
    Read More
  10. 소통에 관하여

    글 소령 윤시영 요즈음 유행하는 말이 공정한 사회 건설이다.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 사회 적 책임을 지는 사회, 사회 지도자급 특히 기득권자들이 지켜야 할 기준...
    Date2010.12.01 Views1623
    Read More
  11. 실패는 여기서 배우고 나가야 한다.

    71대대가 제3참호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식. 71대대의 3중대가 일궈낸 이 성과 뒤에는 목표까지 함께 가지 못한 많은 장병들의 눈물과 땀이 숨어 있었다. 1중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누구보다 힘들게, 누구보다 치밀...
    Date2010.12.01 Views2356
    Read More
  12. 北의 연평도 도발과 해병대

    송석구 가천의과대학 총장 연평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조기 파시(波市)'와 대중가요 '눈물의 연평도'쯤이다. 우리 세대 대부분이 비슷할 게다. 파시가 열리는 때면 한몫 잡으려고 뭍에서 온 사람들로 작은 섬마을이 ...
    Date2010.12.01 Views1903
    Read More
  13. 조국 품에 고이 잠드소서

    김민정 시조시인·문학박사 G20 세계 정상들의 성공적인 모임으로 세계의 경제·평화 앞장서는 시간에도 한반도 우리의 조국, 피 흘리고 있구나 일찍이 홍익인간 생명 귀히 여긴 민족 평화로운 생업으로 살아가는 주민...
    Date2010.11.29 Views3011
    Read More
  14. 아! 연평도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연평도가 북한에 공격당했다. 1953년 휴전 이후 우리 영토를 직접 포격한 것이다. 북한 해안포가 쏜 100여 발의 정밀 조준 포격에 의해 해병대원 서정우 병장과 문광욱 이병 등 2명이 전...
    Date2010.11.25 Views2326
    Read More
  15. 괴롭고 슬펐던 대방동 여정 - 임종린

    괴롭고 슬펐던 대방동 여정 임종린(20대 해병대사령관) 대방동에 해 떨어지고 가로등에 불 밝혀지면 바쁜 행렬은 붐비기만 했었다 신바람 몰고 온 길거리는 네온사인 반짝이며 황홀한 불빛으로 쌓였지만 휘청거리는 ...
    Date2010.10.11 Views425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36 Next
/ 36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