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국방대 명예교수 |
북한은 지난달 23일 해안 포와 방사포로 연평도에 무차별 공격을 했다. 이 때문에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으며 가옥 수십 채가 불탔다. 피격 13분이 지난 뒤부터 우리 해병대는 K-9 자주포로 대응했다. 북한은 승리를 자축한다는 소문과 함께 추가적 도발 위협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보다 ‘대응시간 13분’이 너무 늦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병법의 기본과 전쟁에서 마찰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지적이다.
손자병법의 군형(軍形) 편에 ‘석지선전자 선위불가승 이대적지가승(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용병을 잘하는 장수는 먼저 적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 승리할 기회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만전의 태세라는 것은 전력(수단)과 전략(방법)에 관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수단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주로 국가의 역할이며, 방법은 국군통수권자로부터 야전 지휘관의 능력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K-9 자주포는 혼자 조작하는 소총이 아니다. 먼저 사격명령을 받고, 수백 개의 기계와 전자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대포병 탐지레이더로부터 정확한 표적정보를 받아야 하며, 포를 발사하기 위해서도 여러 명의 협력이 필요하다. 피격당한 전투상황과 평시상황은 다르다. 갑자기 북한의 피격을 받아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해병 장병은 동요하지 않고 북한의 1차 포격이 끝날 때까지 사격 준비를 하고, 명령이 떨어진 뒤 즉각 반격함으로써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절대적으로 열세한 전력과 피습을 당한 불리한 조건과 위험을 무릅쓰고 행한 그들의 영웅적 행위를 존경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장을 방문한 샤프 주한미군사령관도 “해병대의 즉각적 대응 덕분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병 장병은 수도권 서측을 방위하기 위해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배수진을 치고 북한의 위협을 몸으로 막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지원은 못 하면서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있다. 서해에 배치된 전체 북한의 포는 약 1000문이며, 연평도를 위협하는 포만도 100문에 해당한다. 우리의 K-9 자주포는 연평도에 6문이며, 백령도를 합하더라도 고작 12문에 불과하고 병력도 북한의 4군단은 몇만 명인데 반해 우리 해병은 5000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북한은 해안포대가 전부 동굴진지 속에 있어 필요시 나와서 쏘고 숨기 때문에 K-9 자주포로서는 반격이 어렵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열세한 전력을 보강하고 망가진 전략을 수리해 만전의 태세를 유지토록 하고 따스한 격려를 통해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다. <국방일보 201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