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육성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해병대 병력과 장비를 강화해 기존 임무 외에 신속대응군 역할을 부여, 북한 급변사태 때 다목적 기동타격 임무를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합동군 형태의 서해5도사령부 신설안도 제시했다.
연평도 사태를 겪고서야 서해5도 주둔 해병대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동시에 해병대의 열악한 현실도 드러났다. 서해5도를 지키는 해병대원들의 생존 조건은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열악하다. 북한군이 우월한 병력으로 상륙해 올 경우 아군 함정과 전투기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보유 무기는 형편없다. 국방 정책과 예산 배분이 육군 중심이다 보니 해병대는 해군의 일개 병과 대접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코앞에 북한군 해안포가 1000문 이상 전개돼 있지만 해병대 K-9 자주포는 서해5도를 통틀어 12문에 불과하다.
해병대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전쟁이 났을 때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강군(?軍)의 상징이다. 기본 임무는 상륙작전과 후방침투지만 6·25와 베트남전을 통해 지상전에서도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북한의 침투와 도발 가능성이 가장 큰 김포·강화지구와 서해5도 방어를 해병대에 맡긴 것은 전투력과 사기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전을 ‘안 되면 되게 하라’ 식의 정신력만으로 치를 수는 없다. 현재 해병대 병력은 2만6800여명으로 전체 군 병력의 3.4%, 예산은 국방비의 2%에 불과하다. 병력과 무기가 최하 수준이고 자율성마저 부족한 해병대에 기존 임무 외에 전략기동부대 역할까지 맡기려면 파격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가 공격받자 “서해5도에 세계 최고 장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땜질식 보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운용하려면 1973년 국방조직 효율화 명분으로 해군에 통합된 해병대를 원상복귀시키든지 특전사 같은 정예군으로 재편하든지 해야 한다. 연평도 사태 후 젊은이들의 해병대 지원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해병대에 자원하는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국민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