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상병 |
2013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3주기인 그날, 나는 부대로 복귀하는 여객선에 있었다. 마지막 휴가를 앞두고 적의 사격에 대응하기 위해 부대로 복귀하다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왠지 다시 한 번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날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광객으로 백령도행 여객선이 북적였다. 관광객들은 ‘백령도는 어디가 좋다, 뭐가 맛있다더라’라며 여행에 대한 많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이 발생한 지 3주기가 되는 날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한껏 들떠 있었다.
서해 최접적 지역인 백령도에 가는 목적이 다르고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비롯해 부대로 복귀하는 전우들은 오늘이 어떤 날인지를 알기에 웃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갔을까? TV에서 연평도 포격전 3주기 추모식 행사를 방송하고 있었다. 3년 전 포격을 받던 연평도의 모습, 최단 시간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던 전우들, 전사자의 영정사진과 그들의 부모님 모습이 방송됐다. TV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불타는 연평도에서 마지막 휴가 출발을 앞두고 부대로 달려갔던 고(故) 서정우 하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추모식을 보던 나는 진심으로 전사자들을 추모하며, 만약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전우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때, 여행에 대한 기대로 소란했던 관광객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사람들의 시선이 TV로 모였다. 그리고 3년 전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던 전사자들과 방탄모와 턱끈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대응사격을 했던 해병대 장병들을 그동안 생각해 주지 못했던 미안함이었을까? 여객선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아가 관광객들은 자신이 챙겨왔던 간식을 주변에 있는 해병대 장병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라 잘 지켜줘서 고맙다” “해병대 파이팅이다!” “몸 건강히 군복무해라” “북한이 도발하면 반드시 복수해 달라” 하시며 우리의 굳은살 박인 손을 잡고 격려와 부탁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나는 이런 격려와 부탁이 연평도에서 목숨 걸고 싸웠던 연평부대원들과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들은 지금 그들이 받아야 할 감사와 격려를 대신 받고 있는 것이었다.
2010년 11월 23일과 2013년 11월 23일. 서해 최접적 도서인 백령도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 두 날이 매우 뜻 깊은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다짐한다. 조국의 평화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물샐틈없는 경계근무와 실전적 교육훈련으로 전우들이 피로 지킨 이곳 서북도서와 NLL을 굳건하게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국방일보 201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