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버린 얘기 꽃

 

임종린.jpg    

 임종린(제20대 해병대사령관, 시인)

 

 

너무나 짧기만 했던

꿈같은 나흘

“또 만나자” 믿어지지 않는 약속

“오래 사세요”

큰절하다 터진 몸부림

“가지마, 나랑 살자”는

병상노모의 소망

 

상봉에서 못다한 이야기들

짧은 만남, 긴 이별은

다시 기약없는 이산으로…

 

가슴친 마지막 밤에

시들어 버린 얘기꽃은

50년 벽 넘기엔 너무나 짧은 만남

 

또, 언제

한강, 대동강에 뿌린 이산의 눈물

서해에서 다시 만나리

 

이산의 한 풀어줄 만남은

요구가 아닌

권리이니라

어서 빨리

시들어 버린 얘기꽃에

단비가 내려야 한다.

 

출전 : <국방일보> 2000년 9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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