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이여, 돌아온 해병대원이여 |
정인성(시인, 예비역 해병 중령)
그대
계절의 눈부신 4월에 태어나
금년 48세, 불혹의 나이도 지나고
이 나이 되기까지 풀먹여 다린
작업복에 샛노란 글씨
핏빛 붉은 명찰 가슴에 달고
숱한 전선을 누비며
오히려 상처는 조국에 영광이라고
신나는 전쟁 일화를 가는 곳마다 뿌리더니
휘영청 남쪽 산머리에 달 뜨는
고향으로 돌아와
모두를 빼앗긴 슬프고 외로움에 묻혔던
고향을 본다.
기나긴 세월
목이 눌리고 조여와
해병대원은 있어도 해병대원이 없는
시가지와 거리와 마을에서
밤마다 바보상자 속에서
적군의 행진을 보이더니
한번 해병대원이던 이
가슴을 치며 통분해 하지 않은 자
누구이던가?
어느 첫째 날
홀연히 귀 달린 사람이 큰 칼 차고
팔자걸음으로 나타나
돌연 "수장의 집을 헐으시오!"라고 외치고 가더니
그이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둘쨋날
홀연히 머리 몇 가닥 휘날리는 사람이
큰 칼 차고 나타나
광장의 놀이대가 그의 집 뜨락의 놀이대와
같다는 이유 하나로
"즉시 헐으시오!"라고 외치더니
한 장의 지적재산권 청구서도 없이
그이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물불같이 일어나는 시민 저항으로
마침내 민주회복이 이루어져
탄식의 그늘진 세월도 가고
이젠
해병대원이 해병대원으로 돌아오고,
그 혼백이 살아나오고
오, 신천지를 열어 주신 하나님!
살아 숨쉬는 요람이 있고
놀이대가 있고 목숨 바칠 조국이 있을진대
나
한번 해병대원이면 영원한 해병대원이 되는 자유를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리.
조국, 영광의
이름으로 어느 전선에서 싸우다 죽어 누울지라도
보람으로 미소짓는
전통의 해병대원이 되리.
해병대원이여, 돌아온 해병대원이여.
출전 : <해병대> 제10호, 해병대사령부, 1997년 9월, p273∼275.